해인
그럼 3분 동안만 이야기할게.
당신이 좀 해 줬으면 싶은 것들.
나중에 제사 이런 거 지내지 마, 진짜
제사 음식 중에 내가 좋아하는 거 하나도 없어.
정 기념하고 싶으면 뷰 좋은 곳에서 와인 마시면서 내 생각해!
테이블에 헤르키나 신상백 두어 개 올려놓던가
부고 기사 이런 거 좀 신경 좀 써줘.
미담 기사 이런 찾아서 좀 넣어주고
현우
미담 기사가 어디 있어..
해인
찾아봐! 없진 않아!
내 장례식장에서 정신 놓고 있지 마.
거기 아마 나랑 안 좋았던 애들 다 올 거야.
그런 애들 오면 뭐라고 하는지 잘 들어봐.
이상한 소리 하면 싹 다 고소해 줘
현우
고소해서?
해인
사자명예훼손죄? 이런 거 있잖아
현우
내가?
해인
그럼 내가 해? 난 관짝 속에 있을 텐데?
내 생각에는 아무도 안 울 것 같거든?
그러니까 당신은 울어. 울 거지?
이왕이면 사람들 많이 볼 때!
카메라 돌아갈 때면 더 좋고.
현우
내가 울었으면 좋겠어?
해인
음.. 마음이 딱 반반이야.
슬퍼해줬으면 좋겠는데 또 너무 슬퍼하는 건 싫고
날 영원히 기억해 주는 것은 약간 부담스러운데
날 금방 잊어버리는 건 열받고..
그냥 날 아까.. 워해주면 좋겠다?
날 없는 세상을 좀.. 아쉬워 해주면 좋겠다..
마지막! 나 유언장이 있어.
결혼 전에 써둔 거야
엄마가 그거 안 쓰면 절대 결혼 허락 안 해준다고 해서.
당신한테 한 푼도 안 가. 그게 내 유언장이야, 근데 고칠 거야!
그땐 이런 말 할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지 몰랐지..
그냥 쓴 거였어.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표정이 왜 그래? 섭섭해?
현우
아니 고마워 고쳐준다며 그렇게 고쳐줘.
근데 지금은 안돼. 절대로
해인
그럼 언제?
현우
나중에.. 당신 완치 판정받고 나면 나중에.. 지금은..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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