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아 줄 것이네. 천 배 만 배로 갚아 줄 것이네..
거란 성종은 흥화진 전투에서 진 것이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고 분합니다.
소배압
끝내 함락시키지 못하였사옵니다. 폐하. 자비를 베푸시옵소서. 폐하를 위해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거란 성종
그게 무슨 뜻이오?
소배압
폐하께서 이번 일로 거란군의 선봉장을 참하신다면 그만큼 이 패전의 의미는 무거워질 것이옵니다. 허나, 폐하께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넘기신다면 이 패전의 무게는 아주 가벼워질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친정하시는 첫 번째 정벌이옵니다. 40만의 대군을 이끌고 오신 폐하께서 어찌 흥화진 같은 작은 성에 집착하시겠사옵니까? 버려두고 가시옵소서. 역신 강조가 이끄는 30만의 고려군이 통주성 앞에 진을 쳤다 하옵니다. 폐하를 위해 소신이 그들을 전멸시키겠사옵니다! 대거란국의 황제 폐하께 올리는 승전보를 전해 올리겠습니다!
소배압
일어나게. 폐하께서 용서하셨네. 군사를 정비하시게. 남쪽으로 이동할 걸세. 명심하게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흥화진이란 이름은 절대로 입에 올리지 말게. 알겠는가?
흥화진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은 양규 장군 만세를 외치며 행복해 하지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눈물바다가 되었네요. 이를 보며 양규는 다짐합니다.
정성
이겼사옵니다! 우리가 해냈사옵니다! 도순검사
양규
갚아 줄 것이네. 천 배 만 배로 갚아 줄 것이네..
아무래도 뒤에 양규를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가 봅니다.
거란 성종
어머니께서 항상 말씀하셨소. 절대로 등 뒤에다 적을 남기지 말라고 말입니다.
소배압
무로대에 예비 병력을 남겼사옵니다. 그자들 아군의 배후를 어지럽히진 못할 것이옵니다.
거란 성종
가서 고려의 본군을 격파하시오. 하루빨리 이 수치심을 씻어내고 싶소.
거란군이 남하한다는 소식을 듣자 흥화진이 이겼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고 졌다는 추측을 해버린 고려 본군은 조금씩 흔들립니다.
거란군의 화살받이로 쓰였던 고려 포로들을 보는 양규는 백성들의 원성을 듣습니다.
양규
시신이 굳어가오. 저승길까지 웅크리고 가게 하지 마시오. 벌써 굳었지 않소. 그만 눕혀 주십시다. 자식이 하나뿐이오?
용이 부
딸아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양규
그 아인 지금 어딨습니까?
용이 부
오라비하고 같이 있었으니 그 애도 잡혀갔을 겁니다. 그 애도 어디서 화살받이로 나섰겠지요.
양규
어린 여자아이들은 성벽을 잘 기어오르지 못하오. 화살받이로 쓰이진 않았을 거요. 거란 놈들한테는 포로 하나하나가 다 돈이요. 아직 살아있을 거요.
용이 부
살아있으면 뭐 합니까? 그놈들 손아귀에 있는 걸.. 제가 낚아챌 수 있었습니다. 거란 놈들이 성벽에 오르기 전에 이 놈만 건져 올릴 수 있었습니다. 도순검사 아들이었으면 그리 못했을 겁니다. 도순검사도 어떻게든 건져 올리려고 했을 겁니다.
재상들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가족들을 피난시키려 하고 이 일이 현종의 귀에 들어갑니다.
양협
폐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조정의 관리들 몇이 식솔들을 개경 밖으로 떠나보내고 있사옵니다.
유진
고향에 가 계시오. 내 전갈이 있을 때까지는 개경에 돌아오지 마시오.
현종
지금 뭐 하시는 거요? 명색이 조정의 수장이라는 분이 지금 무슨 짓을 하시는 거요? 어서 짐을 풀고 가족들을 다시 집 안으로 들이시오. 그리고 지금 당장 조정의 모든 관리들을 데리고 입궐토록 하시오. 아시겠소?
현종이 화가 났네요.
현종
거란군이 남하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게 불과 몇 시진 전이오. 아직 삼수채에 있는 고려의 본군 앞에 당도하지도 않았소. 그런데도 경들은 벌써부터 식솔들을 피난시키고 재물을 빼돌리는 거요? 조정의 관리들조차 이렇듯 고려군을 믿지 못하는데 백성들이 어찌 고려군을 믿고 평정심을 유지하겠소! 나는 군사에 관한 것은 아는 바가 없오. 그리고 전쟁도 겪어보지도 못하였소. 허나 그렇다 하여도 내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소. 싸워보기도 전에 도망칠 궁리부터 하는 쪽은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오!
유진
폐하. 소신들은 그저 만약에 대비하였을 뿐이옵니다. 식솔들을 피난시켰을 뿐이옵니다. 소신들은 도망치지 않았사옵니다. 처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느라 전전긍긍하기보다는 홀가분하게 단신으로 남아 폐하의 곁을 지키는 것이 이롭겠다 생각했기 때문이옵니다.
현종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오?
유진
소신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나이다!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목숨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얼마 전 김치양의 군사가 궁궐을 포위했을 때에도 소신들은 승하하신 황제 폐하의 곁을 떠나지 않았사옵니다! 폐하. 소신들도 사람인지라 핏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사옵니다. 허나 소신들의 목숨은 언제든 황제 폐하를 위해 바칠 것이옵니다. 그것만큼은 믿어 주시옵소서.
남들이 보기에는 강감찬은 꼭 중2병 같죠?
유진
왜? 어디 하실 말씀이라도 해보시오. 본래 하고 싶은 말은 다 쏟아 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아니오?
강감찬
조정의 관리가 목숨 걸고 수호해야 하는 것은 황제 폐하의 안위만은 아니옵니다. 위로는 황제를 섬기고 아래로는 백성을 보살펴야 하는 것이 조정의 관리이옵니다.
유진
허면 내가 백성을 해치기라도 했다는 거요?
강감찬
관리들의 가족이 개경을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백성들이 크게 동요했을 것이옵니다. 늘 적이 당도하기 전에 한발 먼저 달려오는 것이 두려움이옵니다. 조정의 관리들이 식솔들을 피난시킨 것은 그 두려움의 빗장을 풀어 백성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전선의 후방을 어지럽힌 중죄이옵니다!
유진
예부시랑!! 독불장군이오.. 독불장군..!!
항
왜 그렇게 모나게 구시오? 좌복야는 누가 뭐래도 조정의 기둥이오. 여러 변란과 전란을 겪으면서도 조정에 헌신한 분이란 말이오.
강감찬
저도 아옵니다. 그래서 폐하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옵니다. 허나, 한낱 달변으로 지은 죄를 감추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옵니다.
항
사람이니까 하는 실수요! 핏줄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본성 아니오?
강감찬
그렇게 에둘러 두둔하지 마십시오. 영공들께서도 가족들을 피신시킨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항
공은 정말 가까이하기 힘든 사람이구려. 제발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 마시오.
양규는 봉화를 어떻게든 올려 흥화진이 건재함을 알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려고 하죠.
양규
통주로 이어지는 내륙의 봉화로는 이미 거란의 수중에 들어갔을 거다. 허나 철주로 이어지는 해안가의 봉수대들은 아직 건재할 거다. 이 쏙새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를 탈환하여 봉화를 올릴 것이다.
정성
그럼 북문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쪽 숲에도 이미 거란군이 매복하고 있사옵니다.
양규
자네가 동문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나가서 적을 그쪽으로 유인하게. 그럼 내가 그 틈에 이 쏙새산의 봉수대를 탈환하여 봉화를 올리겠네.
정성
장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이옵니까?
양규
지금 삼수채의 고려군은 절반 이상이 전투 경험이 없는 광군들이네. 그런 군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필요한 걸세. 그럴 때 이 흥화진이 40만 거란군을 격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군사들의 피가 끓어오를 걸세. 봉화를 올리세. 그럼 그것이 갇혀 있는 우리가 삼수채의 본군에게 전해 주는 승리의 횃불이 될 걸세.
정성
예. 알겠습니다.
양규는 봉화를 올리는 것에 성공하고 거란 성종은 굉장히 화가 납니다.
거란 성종
날이 밝은 대로 공격을 개시하시오.
소배압
반드시 승전보를 올리도록 하겠사옵니다.
거란 성종
그래. 분전하시오. 헌데 저 멀리서 반짝이는 것은 무엇이오?
소배압
고려군의 봉화인 것 같사옵니다.
거란 성종
고려군의 봉화가 어째서 우리 등 뒤에서 전해져오고 있소?
소배압
아무래도 흥화진의 고려군이 봉화군을 올린 것 같사옵니다.
거란 성종
또 흥화진이요? 저 작은 성이 날 계속 분노케 하는구려. 저 손바닥만 한 성이...
고려군은 거란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기가 떨어졌으나 흥화진의 고려군이 거란군을 격퇴했다는 소식에 다시 사기가 끌어 넘칩니다.
강조
전투 경험이 없는 광군 군사들이 많소. 전투가 벌어지면 그들이 겁을 먹고 전열을 흐트러트릴 수가 있소. 장군들이 검차진 곳곳에서 그들을 독려하여 진이 무너지지 않게 해 주시오. 노전과 노의 장군이 선두의 검차진을 맡으시오. (김훈) 장군이 검차진의 좌익을 맡아주시오. 통군사께서 우익을 맡아 주시겠소?
충
저.. 통군사는 지휘부에 있는 게 합당하지 않겠사옵니까?
최사위
아닐세. 나도 군사들과 함께 있겠네. 그리하겠소.
강조
고맙소. 그리고 도통부사는 이 지휘부가 있는 후방의 경계를 책임져 주시오. 모두들 사력을 다해주시오. 고려의 명운이 이 전투에 달려 있소. 반드시 승리해야 하오!
현운
거란군이 당도했습니다. 십리 밖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날이 밝으면 곧장 공격해 올 겁니다.
강조
진은 움직이는 성벽이다! 돌 하나가 빠져나가면 단번에 무너지는 성벽처럼 한 사람이라도 뒷걸음질 치면 진은 무너지고 만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자리를 사수해라. 알겠는가! 왜 그렇게 목소리가 작은가? 적이 두려운 것인가! 검차를 믿어라! 이 검차는 우리 고려군이 만든 비장의 무기이다. 적의 기병들을 단숨에 쓰러트릴 것이다! 알겠느냐!
전령
도통사! 북쪽에서 봉화가 내려오고 있사옵니다. 네 개의 불길을 모두 올려 적과 교전 중이라는 신호를 보내왔사옵니다.
강조
그렇다면 흥화진?
전령
예! 흥화진이옵니다. 지금 적과 싸우고 있는 곳은 이곳 말고는 흥화진뿐이옵니다!
강조
흥화진에서 봉화를 올렸다! 흥화진이 함락되지 않았다! 흥화진의 4천 고려군이 40만의 거란군을 격퇴했다! 우리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거란군을 모두 전멸시킬 것이다!!!
드디어 고려군과 거란군의 대회전이 이루어지네요.
거란 장수
원안들이 탐방을 마쳤사옵니다. 고려군이 장방패와 사방을 두른 사각 방진을 펼치고 있습니다. 장방패 뒤에 무언가를 숨겼는데 수레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소배압
수레? 고작 수레를 믿고 우리 거란의 기병들을 이 넓은 벌판에서 상대하겠단 말인가?
거란 장수
고려군은 대회전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기껏 생각해 낸 것이 겨우 수레겠지요.
소배압
뭔가 더 있을 걸세. 글쎄.. 그건 확인해 보면 알겠지. 철갑기병 출격하라.
거란 장수
기병들이 무너졌습니다. 퇴각해야 합니다.
소배압
역시 뭔가가 있었구나. 퇴각하라.
현운
대승입니다. 거란의 철갑 기병들을 단번에 격퇴했습니다!
강조
아직 멀었네. 이제부터 시작이네. 이 벌판에서 거란군을 모두 전멸시킬 것이네.
소배압에 공을 뺏기는 것에 초조한 야율 분노가 기습해 강조를 납치합니다.
장연우
도통사 기습입니다. 군량미를 쌓아 놓은 쪽으로 불화살을 쏘며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강조
도통부사가 여기에 있는 군사들을 이끌고 가서 제압하시오. 검차진을 흐트러뜨리려는 술책이네. 자네가 검차진을 돌면서 이르게. 후방에서 소란이 일더라도 전열을 유지하라고 하게. 곧 적의 대군이 다시 공격을 시작할 걸세.
현운
함정입니다. 군량미가 아니라 도통사를 노린 겁니다!
이렇게 강조가 납치되면서 한순간에 고려군의 전열이 무너져버립니다.
그럼 다음 회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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