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이 반란을 일으켜서 그분을 시해하였습니다.
김치양의 계획에 의해 궁궐에 불이 납니다. 유행간은 목종의 총애만 믿고 너무 나섭니다. 그 끝은 아주 안 좋을 텐데요.
공진
불이 한 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궁궐, 창고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어났사옵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고의로 저지른 짓이옵니다.
유방
궐 안을 샅샅이 수색하게. 수상한 자가 보이면 모두 잡아들이게!
유행간
그게 이제와 무슨 소용이요! 뒷북이나 치라고 경을 친종 장군에 임명한 줄 아시오? 불이나 끄라고 그 자리에 앉힌 줄 아시오? 말해보시오! 대체 궁궐을 어찌 지켰길래 이 지경이 된 거요? 그 놈들이 불을 지르고 다니는 동안 숙위병들은 대체 뭘 한 거요?
유방
벌은 폐하께 받겠네. 자넨 가서 폐하 곁이나 지키게.
유행간
네 놈이 감히.. 네 놈이 감히 죽고 싶은 게냐? 네 놈 목을 베는 게 나한테 그리 어려운 일일 것 같으냐?
유방
죽더라도 폐하의 명으로 죽겠네. 경거망동하지 말고 가서 폐하나 모시게. 알겠는가?
천추태후와 다른 꿍꿍이가 있음에도 뒤로 숨기고 있는 김치양입니다.
천추태후
하마터면 성상까지 변을 당할 뻔했소. 대체 왜 그리 불이 크게 난 거요?
김치양
송구하옵니다. 본래 계획은 창고 하나만 태워 늙은 백성 몇 사람 목숨만 잃게 만들 작정이었사옵니다. 헌데 갑자기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었사옵니다.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이옵니다. 가서 계획대로 일을 시작하겠사옵니다.
궁궐에 화재를 핑계로 목종 대신 천추태후에게 섭정의 명분을 줄 목적이었네요.
김치양
성종 대왕의 능 앞에 엎드려 사죄드리고 잠시 용상에서 물러나 백성들의 마음을 댈래 주시는 겁니다. 태후 폐하께서 다시 섭정에 임하시어 이 난국을 조속히 수습하시는 겁니다.
천추태후까지 자신의 목숨을 노렸다고 목종은 오해하지만 일은 이미 커져버렸죠.
충정
절대로 정전에 나가시면 아니되옵니다. 간밤에 화재로 상심하시어 병을 얻으셨다 하겠사옵니다. 이 모든 것이 김치양의 계략이옵니다. 궁궐에 불을 지른 것도 분명 그 자일 것이옵니다.
목종
김치양이 아니라 태후 폐하께서 벌이신 일이겠지. 어머니께서 기어이 이런 일까지 벌이시는구나. 김치양의 아들을 태자로 만들려고.. 이 아들을 버리시는구나... 옥새를 가져오너라!! 옥새를 지키며 버틸 것이다! 절대로 태후 폐하의 섭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김치양의 아들에게 이 고려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야!!
유행간
폐하 큰일 났사옵니다. 김치양의 군사들이 몰려와 궁궐을 포위했사옵니다. 궁궐을 지키던 자들 중에도 여기에 가담한 자들이 많사옵니다!
유방
궁궐 전체를 사수하기에는 군사가 부족하옵니다. 허나 폐하께서 계신 이 정전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옵니다.
충순
소신들도 이 정전에 머물 것이옵니다. 만약 폐하께서 위기에 처하시면 맨몸으로라도 막아낼 것이옵니다.
목종
다들 이 못난 황제를 위해서 이리 기꺼이들 나서 주시는구려.
국사
폐하, 그리고 폐하께 전해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삼천사의 승려들이 폐하께 알현할 길이 없자 소승들을 찾아왔사옵니다. 대량원군이 있는 신혈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찰이옵니다. 대량원군이 폐하께 구원을 요청하고 있사옵니다.
목종
당장 대량원군을 구해야 하오. 헌데 궁궐이 이리 포위되어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충순
소신이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보겠사옵니다.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여 개성부로 보내겠사옵니다. 그곳에 군사들을 데려가 대량원군을 구하라 하겠사옵니다.
목종
개성부의 군사들은 믿을 수 있소?
항
믿을 수 있사옵니다. 그곳의 장수들은 대부분 김치양의 눈밖에 나서 궐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이옵니다.
목종
그럼 속히 개성부로 사람을 보내시오. 그리고 그곳에서 서북면 도순검사에게 전령을 보내도록 하시오. 서북면의 군사들을 이끌고 당장 개경으로 달려오라고 하시오. 와서 저 불온한 자들을 모두 척결하라 이르시오!
충순
어서 옷을 갈아입고 궁궐을 빠져나가게.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공해야 하네.
황보유의
예. 상공. (변복하고 나간다)
밖에는 김치양이 황제가 사망했다는 거짓 벽보를 붙여 백성들에게 거짓 선동을 합니다.
김치양
비통하게도 황제께서 승하하시었다. 허나 태후 폐하께서 다시 섭정에 임하셨으니 백상들은 안심하고 따르라.
황보유의
어서 도순검사에게 가서 폐하의 명을 전하게.
황보유의는 전령을 강조에게 보내나 이 전령은 김치양에 의해 죽고 결국 실패하고 말죠. 한편, 일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한 천추태후는 김치양을 찾아가고 김치양의 본심을 알게 되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습니다.
천추태후
현이가 안 보여서 찾았더니 그대가 사가로 데려갔다더군요.
김치양
예. 태후 폐하. 군사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궁궐에 있으면 자칫 위험할 것 같아 그리 했사옵니다.
천추태후
군사들은 왜 동원한 것이오? 이미 내가 섭정을 다시 할 만한 명분이 생겼소. 헌데 왜 굳이 군사들까지 동원하는 거요?
김치양
신하들을 압박하려고 한 일이옵니다. 신하들이 겁을 먹고 성상 폐하 곁은 떠나야 성상께서도 더 버티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천추태후
성상이 승하했다는 벽서는 어찌 된 것이오? 말해보시오.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요! 뭘 작정한 것이오? 당장 군사들을 모두 물리시오. 우복야! 내 명을 거역하지 마시오.
김치양
끝내 거역하면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성상 편에 서서 절 역적으로 처단하실 겁니까? 그럼 우리 현이는.. 현이는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역적의 아들이 되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옵니까?
천추태후
우복야.. 경이 지금 날 겁박하는 것이오? 네가 감히 이 태후를 조종하겠다는 것이냐!
김치양
현실을 일깨워 드리는 것이옵니다! 태후 폐하의 두 아들은 절대로 공존할 수가 없사옵니다. 하나가 살면 하나가 죽어야 하옵니다. 선택은 태후 폐하의 몫이옵니다. 이미 품에 떠나 어미의 뜻을 거스르는 아들인지 품에 안고 황제로 키워 낼 아들인지 선택하시면 되는 일이옵니다.
이 소식은 사실이 와전이 되어서 평양에 있는 강조에게 전달이 됩니다.
[서경성(평양)]
강조
뭐? 변란이라니?
현운
간밤에는 궁궐에 큰 불이 나더니 지금은 김치양의 군사들이 궁궐을 포위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개경 곳곳에 황제께서 승하하셨다는 글귀가 나붙었다 하옵니다. 아무래도 김치양 그 자가 성상 폐하를 시해하고 궁궐을 장악한 것 같습니다. 도순검사. 이를 어찌해야 합니까? 이 고려가 김치양의 손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목종이 시해되었다고 하자 최상궁은 대량원군을 죽이려고 하고 이 때 마침 황보유의에 의해 대량원군은 구출이 됩니다. 그리고 목종의 서신을 받고 궁으로 향합니다.
문종 편지
속히 궁궐로 돌아오너라. 널 태자로 삼을 것이다. 나도 이젠 지난 날의 과오를 씻어내고 황제의 본분을 다할 것이니 너도 용손으로서 나를 돕거라. 어서 보고 싶구나. 조심하여 오너라.
천추태후는 지난 날을 후회하고 아들 목종에게 김치양을 죽여달라고 말합니다.
천추태후
자네, 내 아우를 기억하는가? 그래. 곱고 착했지. 그 아우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아우가 남긴 핏덩이를 끌어안고 다짐을 했었네. 먼 훗날 내 아들이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다면 이 아이를 그 다음 황제로 만들겠다고 말이네. 그런데 나도 김치양이란 사내의 아이를 갖게 되었지. 그러자 마음이 한순간에 바뀌었네. 갑자기 아우가 남긴 아들이 미워지기 시작했지. 이 아이만 없다면.. 이 아이만 사라진다면.. 그만큼 나는 한 사내를 사랑했다네.. 그런데 그 사랑이 이제 내 목을 조른다네.. 성상을 만나야겠네. 성상한테 할 말이 있네.
목종
밤늦게 어인 일이시옵니까?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시옵니까?
천추태후
성상.. 김치양을 죽여주시오. 송아 김치양을 죽여다오..
개경의 소식을 들은 강감찬은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 됩니다.
종현
확실한 건 아닙니다. 그저 뜬소문일 수도 있습니다.
강감찬
그래도 당장 개경으로 가봐야겠네. 정말로 성상 폐하가 시해당하셨다면 이대로 있어선 안되네.
종현
공 혼자 가셔서 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소문대로 변란이 있었다면 이미 다 끝난 일일 겁니다.
강감찬
변란을 진압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말이네! 아직도 모르겠는가! 성상 폐하는 거란 황제의 책봉을 받으셨네. 그런 분을 해치면 거란 황제에게도 반역을 한 게 되네. 그럼 거란이 그토록 기다리던 명분을 던져주게 되는 거란 말일세. 성상 폐하는 꼭 무사하셔야 하네. 아무리 못난 군주여도 이 고려를 위해 살아 계서야 하네.
강조는 정변을 일으키기로 마음을 먹죠.
양규
그럼 결심을 굳히신 겁니까?
강조
그래. 개경으로 진격해서 김치양을 처단하겠네. 그리고 대량원군을 새 황제로 새우겠네. 오래전부터 혼탁한 황실을 바로 잡고 싶었네. 이제라도 그 일을 해야겠어.
양규
그래도 이건 엄연한 반역입니다. 명도 없이 군사를 움직이는 것도 반역이고 신하가 황제를 세우겠다는 말도 반역입니다. 그걸 각오하신 겁니까?
강조
그래. 각오하고 있네.
양규
헌데 절 왜 찾아오신 겁니까?
강조
내가 군사들을 빼내면 국경에 빈틈이 생길 게야. 자네가 그 빈틈을 잘 메워 주게.
양규
그런 일이라면 전령을 보내도 충분한 일이옵니다. 절 찾아오신 진짜 이유가 무엇이옵니까? 제가 함께하길 원하십니까?
강조
자네까지 역적으로 만들 생각은 없네.
양규
허면 왜 찾아오신 겁니까?
강조
그냥 얼굴 한번 보고 싶었어. 내가 반역자가 되어도 날 전처럼 대해줄 수 있겠나? 역시 그건 힘든가? 그래. 알겠네.
양규
도순검사. 저는 국경을 지키는 장수입니다. 싸우라는 명이 내려오면 싸우고 지키라는 명이 내려오면 지킬 뿐입니다.
강조
그래. 그거면 됐네.
서경에서 개경으로 출발하는 강조입니다. 하지만 가는 도중에 전해진 소식이 잘 못된 것을 알았습니다. 목종을 시해되지 않았고 김치양은 아직 궁궐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거죠. 김치양만 처리해야 할 것인가 반역을 저지를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목종을 황위에서 내리고 대량원군을 옹립하는 것으로 결정하죠.
항
폐하. 큰일 났사옵니다. 도순검사가 반란을 일으켰사옵니다.
목종
반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그럼 지금 내 명을 받고 달려오는 게 아니란 말이오?
항
예. 폐하. 그가 전령을 보내왔사옵니다. 자신이 직접 대량원군을 옹립할 것이니 성상 폐하와 태후 폐하께 오서는 궁궐을 떠나시라 했사옵니다! 이는 명백한 반역이옵니다!
이렇게 마주한 둘입니다.
강조
성상 폐하.
목종
도순검사! 대체.. 대체 왜 이러는 거요!
강조
그리 되었사옵니다! 소신도 진정 바라지 않던 일이옵니다. 폐하께서 조금만 더 일찍 결단을 내리셨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이 고려를 바로 잡았다면 소신도 반역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개경 밖으로 모시겠습니다. 태후 폐하를 모시고 함께 나가 주시옵소서.
참 비참하고 초라한 결말입니다. 결국 목종은 시해당하고 천추태후는 고향에 유배당한다고 하네요.
목종
어머니 송구하옵니다. 다 소자의 잘못이옵니다. 그만 우시옵소서. 그래도 아직 어머니껜 이 아들이 남아 있지를 않사옵니까. 이 아들한테는 어머니가 계시고 말입니다. 소자가 직접 땅을 일구면서 어머니를 모시겠사옵니다. 소자가 영원토록 어머니 곁을 지키겠사옵니다.
갑자기 보위에 오르는 대량원군
현운
서북면 도순검사의 명으로 전하를 모시러 왔사옵니다. 개경에 당도하시면 곧바로 보위에 오르실 것이옵니다.
순
보위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현운
성상 폐하의 명이옵니다. 어서 가시지요. 개경의 백성들이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새 황제께서 오신다는 걸 모두에게 알렸사옵니다.
강조
어서 오시옵소서.
순
그래, 그대는 누구요?
강조
서북면 도순검사 강조라 하옵니다.
순
아, 그대가 도순검사시구려. 성상 폐하는 어디 계시오? 어서 뵙게 해 주시오. 보위에 오르라는 명을 속히 거두어 달라 말씀드릴 것이오. 성상 폐하께서 아직 살아계신데 내가 어찌 황제의 자리에 오른단 말이오. 지금 어디에 계시오? 어서 날 안내해 주시오. 왜 그러시오? 안에 안 계시오?
강조
예, 안 계시옵니다.
순
그럼 어디에 계시오?
강조
오늘 승하하셨사옵니다. 소신이 반란을 일으켜서 그분을 시해하였사옵니다.
순
그.. 그게 무슨 말씀이오?
강조
안으로 드시지요. 이제 폐하께서 새 황제시옵니다. 어서 드십시오!
고려 제8대 왕 현종입니다. 이 분도 참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이 너무 고단했습니다.
신하들
만세! 만세! 만세!
강감찬
이.. 이게 무슨 소린가?
군사
대량원군께서 황제에 즉위하셨습니다.
강감찬
대량원군? 그럼 성상 폐하는?
군사
승하하셨습니다.
강감찬
승.. 승하하시다니.. 어떻게!!!
강조( ~ 1010)
고려시대의 무신으로 서북면 도순검사 시절,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목종의 후계자로 삼으려고 하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이를 이유로 정변을 일으켰고 그것을 강조의 정변이라 칭합니다. 이 강조의 정변으로 목종을 시해하고 천추태후는 고향으로 유배 보냈으며 김치향 일당과 그의 아들을 숙청하였고 현종을 옹립하였습니다. 하지만 목종을 시해했다는 명목으로 40만 대군으로 2차 침입하는 명분을 주었고 통주에서 도통사로 싸우다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거란의 성종에게 회유를 받았으나 거절했고 살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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