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는 죽지 않는다.
조선 시대는 참 많이 다뤘지만 이상하게 고려시대는 많이 다루지 않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KBS에서 이를 갈고 만든 드라마 같아요.
넷플릭스에서 자그마치 2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2차', '제3차 거란의 침입'을 다루는 내용이 될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제3차 거란의 침입'에서 시작하다가 다시 10년 전으로 이야기가 돌아가서 '제2차 거란의 침입'으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당시 정말 치열하게 싸우셨던 우리 조상님들의 기록 다 같이 살펴볼까요?
'거란'은 정말 싸움을 잘하는 나라라고 하네요. 그래서 '송'이 돈을 주면서까지 전쟁을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고 하죠. 그런 거란의 3차 침입을 겪으면서 병사들은 두려움에 휩싸이죠. 강감찬 장군은 먼저 본보기가 되어 조용히 되뇝니다.그리고 병사들에게 사기를 북돋아줍니다.
강감찬
고려는 죽지 않는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죽지 않는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옵니다.
[서기 1009년, 목종 12년]
목종
뭐가 그리 급하오? 연회장에 왔으면 술부터 한잔 하는 것이요. 그래, 무슨 일이오?
진
폐하. 서북면 도순검사가 다시 장계를 올렸사옵니다. 속히 전란에 대비해야 한다 하옵니다.
목종
그럼 대비토록 하시오.
진
폐하. 속히 행영도통사를 임명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병부에 명하여..
목종
이것들 보시오. 고려에는 군사들이 없소? 장군들이 없소? 헌데 왜들 이리 소란인 거요? 거란이 침범해 오면 나아가서 물리치면 되는 것이요! 누구를 어디에 임명할지는 경 같은 재상들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고. 안 그렇소?
항
폐하. 그러기 전에 거란에 사신부터 보내어 전쟁을 막을 방법을 찾아보아야 하옵니다.
목종
그 또한! 경들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오. 내가 다른 건 못해도 경들을 믿어 주는 건 잘하지 않소? 가서 알아서들 하시오. 어서!
[서경성 (현 평양)]
이러한 소식이 서경성에도 들리죠. 강조는 착잡합니다. 그리고 부하 한 명이 거란에 포로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 부하를 위해 협상해도 되는지 묻는데요.
현운
이번에도 아무런 답이 없을 겁니다. 매음굴로 변한 황실에서 무슨 답변이 오겠습니까? 이래서야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국경의 장수들이 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경의 황실을 걱정해야 하니 말입니다.
(*매음굴 :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일을 하는 소굴)
충
도순검사. 흥화진(압록강 국경 고려 최북단의 성)에서 급보이옵니다. 오늘 낮에 거란의 척후병들이 국경을 침범했다 하옵니다. 흥화진사가 고려 땅을 염탐하던 그들을 발견하고 전투를 벌였다 하옵니다.
(*적의 상황이나 지형 등을 정찰하고 탐색하는 병사)
강조
그래서 압록강을 건너간 자는 어찌 되었는가?
충
거란의 포로가 되었다 하옵니다. 흥화진사가 거란과 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청해왔습니다.
척후병이었던 거란군을 쫓다가 국경선을 넘어갔고 포로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서로 교환을 했네요.
양규
송구하옵니다. 다시는 군령을 어기지 못하도록 엄히 다스리겠사옵니다.
강조
적당히 하게. 그 정도 적개심도 없이 어찌 거란군과 싸우겠는가? 그래. 거란 놈들의 동태는 어떠한가?
양규
압록강 너머에 이미 전초 기지를 세웠사옵니다. 아무래도 전쟁이 임박한 것 같습니다. 암만 길어도 몇 달 안에는 틀림없이 고려땅을 침범해 올 것입니다.
종석
꼭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겠습니까? 국경에서 벌이는 척후 활동이야 어느 나라든 하는 일이고 중요한 건 양국 간의 관계죠. 어찌 되었든 우리 고려는 거란을 상국으로 예우하며 신의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구실로 다시 고려를 침범한단 말입니까?
현운
명분이 없다 그 말씀입니까?
종석
그렇습니다. 명색이 천자국을 자처하는 거란이 신의를 다하는 제후국을 함부로 침략할 수는 없소. 그럼, 거란을 사대하는 다른 나라들이 거란을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강조
명분이야 찾으면 되지요. 성종 폐하 시절 거란이 고려를 처음으로 침범했을 때도 그랬지 않소. 거란이 옛 고구려 영토의 새 주인이 되었으니 고려도 고구려의 영토를 다 내놓으라는 것이었소. 명분이란 것 힘에서 나오는 거요. 힘이 있으면 아무 이유나 갖다 붙여도 다 명분이 되는 것이고 힘이 없으면 아무리 대의를 부르짖어도 초라한 항변에 불과한 거요. 흥화진이 중요하네. 거란 놈들이 압록강을 넘으면 곧바로 마주치는 곳이 이곳 흥화진이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길 지켜내야 하네.
양규
걱정 마십시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편, 후사가 없는 목종을 대신해서 태자로 김치양과 사이에서 사통 해서 낳은 아이를 태자로 삼으려는 천추태후의 소식을 듣고 목종은 천추태후에게 찾아가 물어봅니다. 천추태후의 생각은 완고합니다.
천추태후
그래 어쩐 일이시오?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용안이구려?
목종
예. 실은 불경한 소문이 나돌길래 여쭤보려고 왔습니다.
천추태후
무슨 소문이 그리도 불경하더이까? 이 태후의 교성이 부처님이라도 노하게 말 들었다 하더이까?
목종
그런 것이 아니오라 이 천추전에 우복야(김치양)의 아들을 태자로 부르는 이들이 있다고 하여..
천추태후
성상! 성상의 아우를 어찌하여 우복야의 아들이라 칭하시는 거요? 성상처럼 이 어미의 배 속에서 나온 아이가 성상한테는 오직 우복야의 아들일 뿐인 거요?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성상께 묻겠소. 성상은 일찍부터 여인보다 사내에게 마음을 주며 살아왔소. 그 덕에 아직까지 단 한 명의 후사도 보지 못하였소. 헌데 누구에게 황제의 자리를 이어 줄 생각이시오?
목종
꼭 소자의 후사가 아니라도 태조 대왕의 후손이면 되는 일이옵니다.
천추태후
그 후손이 이제 누가 있소? 황실의 법통을 따르자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태조 대왕의 후손이어야 합니다. 허나, 이제 그런 황제는 성상이 마지막이오. 고려의 다음 황제는 성상의 아우가 될 것이오. 내가 성상처럼 황제로 키워낼 것이요. 그리 알고 이만 돌아가십시오.
목종
어머니의 말씀처럼 용손을 찾기 힘들어진 것은 사십이옵니다. 허나,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아니옵니다. 어머니께서 궁궐밖으로 쫓아내신 대량원군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아우께서 낳으신 그 아들 말입니다. 소자는 아직 젋사옵니다. 하오니 황실의 후계를 정하는 일은 서두르지 마시옵소서. 어머니께서 그리 서두르신다면 소자도 서둘러 대량원군을 궁궐로 불러들일 것이옵니다.
천추태후는 자신의 아우의 아들이기도 한 대량원군을 죽이기 위해서 여러 차례 자객을 보내고 사찰의 스님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겨우 부지합니다. 이런 상황에 목종은 대량원군을 태자로 삼으려고 하지만 굉장히 좋아했던(?) 유행간의 방해로 인해 이 일은 잠시 미뤄두게 되죠.
그 사이 조종 신료들을 모아 자신의 강력한 의견을 피력하는 천추태후입니다.
천추태후
내가 이미 오래전에 섭정을 거두었으나 오늘은 경들과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일이 있어 부득이 성상을 대신하여 이 자리에 앉았소.
진
무슨 일이시온 지는 모르겠사오나 이는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옵니다.
항
그렇사옵니다. 이는 성상 폐하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옵니다. 어서 파하여 주시옵소서.
천추태후
성상의 권위를 지키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기에 행한 일이오. 성상에게만 맡겨서는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가 나선 것이오. 황실의 후계자를 정하는 일이오. 경들도 알다시피 성상은 후사가 없소. 보위에 오른 지 열두 해가 지나도록 공주 한 명 생산하지 못하고 있소. 이러다가 성상께서 덜컥 변고라도 당하시면 그땐 어찌 되는 것이오! 고려의 앞날이 이렇듯 위태로운데도 경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이오!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내가 나섰소. 오늘은 기필코 황실의 후계자를 정하여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 이 고려의 앞날을 구원해 낼 것이오.
진
허면, 누구를 태자로 삼아야 한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천추태후
나의 아들이고 성상의 아우인 왕현을 태자로 삼을 것이오.
목종
어머니. 그만하시옵소서!
천추태후
그만할 수 없소. 성상도 이제 그만 날 따르시오. 이 고려를 위해 어서 이 어머니의 뜻을 받아들이시오. 성상!
목종
그리 원하시면 따르겠사옵니다. 황실의 후계자를 정하는 일이 그리 시급한 일이라면 그리 하겠사옵니다. 허나, 소자의 아우는 아니옵니다. 다음 황제가 될 사람은 대량원군이옵니다.
천추태후
성상. 대량원군은 이미 속세를 등지고 출가를 한 사람이오. 오래전에 먼 곳으로 떠나 이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는 사람이오.
목종
살아있습니다. 살아있으니 아무 소식도 전해지지 않는 것이지요.
천추태후
죽었으면 어찌할 것이오? 말씀해 보세요.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신하들 앞에서 분명히 말씀해 보시오. 만약 대량원군이 죽었다면 누가 황실의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 거요? 어서 말씀해 보시오. 성상! 대량원군이 아니라면 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소? 이 어미의 아들인 왕현이 아니라면 누가 있소? 말씀해 보시오. 성상! 다음 황제는 누구요?
목종(980~1009)
고려 제7대 왕이며 경종과 천추태후의 아들입니다. 전시과(관리 봉급제도)를 개정하고 학문을 장려했습니다. 천추태후나 외척인 김치양과 간통하여 낳은 아들을 왕으로 삼으려 하고 대량원군을 승려로 만들어 죽이려고 했습니다. 목종은 서경의 도순검사인 강조에게 대량원군의 호위를 맡겼으나 강조는 정변을 일으켰고 살해당했습니다.
유행간
목종의 총애를 받은 왕의 측근이며 유충정과 함께 권세를 누렸다고 합니다. 목종이 대량원군을 후계로 삼고자 했을 때 방해하였고 강조가 정변을 일으켰을 당시 살해당하였다 합니다.
천추태후(964~1029)
왕건의 손녀이며 경종의 비이고 목종의 어머니였습니다. 김치양과 간통하여 낳은 아들을 왕으로 삼고 대량원군(훗날 현종)을 죽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강조의 정변에 의해 궁에서 목종과 쫓겨났습니다. 김치양 무리와 그와 사이에서의 아들은 죽었습니다.
또한 목종이 살해당하고 그 장면을 눈앞에서 보고 고향인 황주로 유배당했다고 합니다.
김치양(?~1009)
천추태후의 총애를 믿고 횡포를 행했다고 전해집니다. 천추태후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서 목종을 시해하려는 시도를 하였고 대량원군(훗날 현종)까지 살해하려는 계획을 했으나 강조의 정변으로 실패하였고 아들과 함께 숙청당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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