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불을 보고 있으면 희한하게 생각이 없어져. 왜 왔어? 왜 왔느냐고?
동훈
까먹었습니다.
회장
불이 다 태웠나 보네.
[낮에]
준영
감사합니다. 부장님 덕분에 일손을 좀 덜었습니다.
회장
둘이 학교에서 좀 봤나? 같은 과라도 3살 차이면 서로 군대 오고 가느라고 엇갈리기 마련인데
준영
박 부장님이 군대 갔다 오고 나서 제가 입학해서요. 한 2년은 같이 다녔습니다.
회장
하늘 같은 예비역 선배 어려웠겠네.
준영
동아리 활동도 같이 했어서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회장
무슨 동아리였는데?
준영
야학이요.
회장
자네가 그런 동아리를?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구먼!
동훈
대표님 소금 어디 있죠?
준영
아, 텐트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램프 좀 갖고 오겠습니다.
동훈은 텐트 안에서 윤희의 장갑 한쪽을 발견하고 챙깁니다. 그리고 준영은 문자를 다급하게 하죠.
준영(문자)
동훈 선배 여기 캠핑장 찾아왔어. 무슨 일이야?
동훈
내려놔. 전하면 넌 죽어.
다시 밤입니다.
준영
겁주러 왔어요? 회장님도 있는데서 어디 한 번 졸아봐라 이건가?
동훈
사람 얼굴 안 벗어나. 대학 때 처음 보자마자 단정하게 살 얼굴 아니다', '지 혼자 더럽기 싫어서 여럿 더럽게 망칠 얼굴이다.', '멀리하지' 싶었는데 '선배, 선배' 하면서 웃으면서 들러붙는 것도 끔찍하게 싫다 싶었는데 이럴 줄 알았던 거지.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었던 거냐? 나 자르고 이혼시키고 둘이 결혼할 생각이었어? 절대 너같이 욕심 많은 새끼가 평범한 집안 여자랑 그것도 애 딸린 유부녀랑? 아무리 변호사라도 너 윤희랑 결혼할 생각 없었어. 네 계획대로 내가 회사에서 잘리고 이혼당하고 그래도 너 절대 윤희랑 결혼 안 했어. 작년 봄부터였지? 둘이 그런 거. 너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 잘해. 머리 굴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대답해. 네가 나 자르려고 5천만 원 먹인 거 윤희가 알았어, 몰랐어?
준영
처음부터 선배 자르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동훈
알아. 박 상무 자르려고 했는데 돈이 나한테 들어오는 바람에 꼬인 거. 이때다 싶어서 나한테 덤티기 씌운 거. 박 상무도 알고 나도 알아. 그걸로 몰아서 나 자르려고 한 거 윤희가 알았어, 몰랐어?
준영
방법이 없잖아요. 돈은 선배한테 이미 들어갔고..
동훈
알았어, 몰랐어? 못 자르겠으니까 나 회사 그만두게 하라고 네가 시켰냐?
준영
윤희는 선배가 좋게 나갔으면 했어요.
뒷정리를 하는 도중 준영이 다쳐서 동훈이 데리고 병원에 가요.
동훈
내가 네 통화 목록 뒤지는 거 뻔히 알면서 겁도 안 났냐? 그 공중전화 누가 쓰는 건지 그 앞에 가서 하루만 앉아 있으면 바로 나오는 거 내가 못 알아낼 줄 알았어? 허술한 새끼. 자빠져서 당황한 티나 내고
응급실에서 치료를 다 마치고 동훈은 준영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동훈
조용히 헤어져. 내가 안다는 말은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헤어져. 내가 안다는 것까지 윤희가 아는 순간 넌 끝장이야. 다 말해주고 나한테 모른 척하라고 할 생각도 마. 15년을 한 공간에서 산 사이야.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다 알아. 그냥 싫어진 것처럼 헤어져. 그것만 해. 그럼 나도 너 안 건드려. 너 같은 인간 때문에 내 인생 무너지게는 안 둬. 앞으로 회사에서 나 가지고 장난치다 걸리면 너 죽을 줄 알아. 내가 일 못하면 잘라. 내가 회사에 쓸모없어지면 잘라. 딴 이유로 수작 부리다 걸리면 그땐 넌 죽어. 치사한 새끼.
준영은 지안에게 동훈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 문자를 보내고 윤희의 전화도 피합니다. 동훈은 준영이 저녁 약속이 있다는 말에 윤희와의 약속인지 신경 쓰입니다.
동훈
부모님은 계시나? 할머님 때문에 물어보는 거야
지안
돌아가셨어요. 두 분 다
동훈
할머니한테 다른 자식은?
지안
없어요.
동훈
근데 할머니를 왜 네가 모셔? 요양원에 안 모시고?
지안
쫓겨났어요. 돈을 못 내서
동훈
손녀는 부양 의무자 아니야. 자식 없고 장애 있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돈을 못 내서 쫓겨나? 아, 혹시 할머니랑 주소지 같이 돼 있냐? 주소지 분리해. 같이 사는 데다가 네가 소득이 잡히니까 혜택을 못 받는 거 아니야. 주소지 분리하고 장기 요양 등급 신청해. 그런 거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냐? 가라.
지안
밥 좀 사주죠?
동훈
술도 사줄게. 와. 사줄 만하니까 사주는 거야. 먹어. 형 여기 공깃밥도 하나 줄래요?
지안
같이 밥 먹는 거 말 돌까 봐 겁난다더니 내가 불쌍해서 마음 편해지셨나? 막 사주네? 누가 뭐라 그러면 내가 얼마나 불쌍한 애인지 말하면 되니까. 내 인생에 날 도와준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마요. 많았어요. 도와준 사람들. 반찬도 갖다주고 쌀도 갖다주고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네 번까지 하고 나면 다 도망가요. 나아질 기미가 없는 인생, 경멸하면서. 자기들이 진짜 착한 인간들인 줄 알았나 보지?
동훈
착한 거야. 네 번이 어디야. 한 번도 안 하는 인간들 쌔고 쌨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내 인생이 네 인생보다 낫지 않고 너 불쌍해서 사주는 거 아니고 고맙다고 사주는 거야. 도준영 맞아. 나 자르려고 5천 먹인 놈. 그 5천. 네가 버리지 않았으면 난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 잘렸을 거고.. 그래서 밥 사는 거야.
지안
왜 그랬대요 도준영은?
동훈
내가 싫었나 보지.
지안
그렇다고 막 자르나?
동훈
회사는 그런 데야. 일 못하는 순으로 잘리지 않아. 거슬리면 자르는 거야.
지안
이제 어떡할 거예요?
동훈
뭐 어떻게 해? '내가 알았으니까 그만해라' 그럼 됐지, 뭐
지안
하, 그럼 그만한대요?
동훈
그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도준영이 나 자르려고 했다는 거. 내가 가서 뭐라고 했다는 거, 다
지안
나 같으면 위에다 꼰질러서 도준영 그 인간 잘라 버리겠네. 그 정도 사안이면 바로 잘리지 않나?
동훈
나쁜 놈 잡아 족치면 속 시원할 거 같지? 살아봐라, 그런가.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오물 뒤집어써. 그놈만 뒤집어쓰지 않아.
지안
아니면 큰돈 받아내서 나가서 회사 차리든가. 나한테 누명 씌워서 자르려고 했던 인간이랑 어떻게 한 회사에 있어?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지옥 같을 텐데
동훈
현실이 지옥이야. 여기가 천국인 줄 아냐? 지옥에 온 이유가 있겠지. 벌 다 받고 가면 되겠지, 뭐
지안
벌은 잘못한 사람이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대신 죽여줄까요?
회장은 준영에게 동훈과 왜 사이가 안 좋은지 묻고 준영은 거짓말을 하며 자기 좋은 쪽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박 상무는 동훈에게 회사로 전화를 해서 만납니다.
박 상무
자칫하다 줄줄이 엮인다고 너랑 통화도 하지 말라고 하고 어떻게 됐어? 공중전화? 누구야? 신정동이라며
동훈
모르겠어요. 하루 종일 가 있어 봤는데 쓰는 사람도 없고 회사에선 그 신정동하고 관련된 인물도 없고 관련된 업주도 다 뒤져봤는데 그 신종동에 있을 만한 사람도 없고요.
박 상무
아니, 그 공중전화로 이틀에 한 번씩 통화했다면서 정체 숨기면서 그렇게 자주 통화하는데 뭔가 있는 거잖아, 100프로
동훈
그렇다고 해도 차 타고 이동 중에 잠깐 내려가지고 선 거면 뭐 어떻게 따로 찾을 방법도 없고요.
박 상무
그거 도로 줘봐, 통화 목록
동훈
아.. 그거 버렸는데.. 감사실에서 수사 들어오면서.. 그.. 걸릴 것 같아서..
박 상무
그 공중전화번호 뭐야?
동훈
근데 이게 정확하지 않아요. 아, 좀 오래돼가지고..
동훈은 공중전화를 없애달라고 전화하고 통화기록도 없애버립니다. 이러한 내용을 준영이 알게 됩니다.
녹음 속 동훈
그 공중전화 철거 좀 부탁드리려고 하는데요. 아, 예 거기다 자꾸 누가 오줌을 누고 냄새가 나서요.
녹음 속 상담원
이거 철거 비용 부담하실 수도 있는데?
녹음 속 동훈
얼만데요?
지안
운도 좋으셔? 용케 살아남으셨네? 박동훈 자르는 것도 물 건너갔고 이제 작전 끝인가?
준영
계속 들어봐. 술 먹고 꽐라 돼서 훅 터질 수 있으니까. 이상한 낌새보이면 바로 전화하고.
지안
내가 한가하게 이딴 아저씨 일상이나 듣고 앉아 있어야 되나?
준영
일주일에 백. 돈 필요하잖아? 너! 이 인간 계속 도청하고 있었으면 그것도 알고 있었겠네. 나랑 이 인간이랑 한판 붙은 거
지안
한 판 붙기는.. 일방적으로 당했으면서
준영
그런데 왜 모른척하고 있었어?
지안
그쪽 쪽팔린 거 내가 안다고 얘기해야 되나?
준영
박동훈 공중전화 캐고 다니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
지안
거기 가서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을 줄은 몰랐지. 그렇게 해서 알아낸 것 같던데
준영
너 좀 조심해야겠다?
지안
너나 조심하세요.
회사에서 윤 상무는 계속 동훈을 괴롭히고 동훈에게 윤희는 퇴사를 종용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준영과 동훈은 마주칩니다.
동훈
왜 아직이야?
준영
수순이 있지. 그냥 막 헤어져요? 걱정 마요. 선배랑 그러고 나서 걔한테 정 뚝 떨어졌으니까! 그냥 다 까발려! 이 씨! 누굴 봐주는 척 더럽고 치사해서 예감 적중해서 아주 신났지? 나쁜 놈이다 싶었는데 딱 나쁜 놈 돼주니까 아주 신났지? 선배만 나 알아봤는 줄 알아요? 나도 20년 전에 선배 얼굴 보고 딱 알아봤어요. 착한 척하면서 평생 억울해하며 살 인간! 남자들 사이에서 파이 뻔한테 욕심내면 내쳐지니까 덤벼들어 올라갈 용기는 없고 '정년만 채우자!', '50까지만 버티자!' 자기 주제 파악이 빨랐지! 그러면서도 욕심내서 올라가는 인간들 경멸하고 질투 났어요? 자긴 갖고 싶은 거 꾹꾹 참는데 다 뺏기고 다 퍼 주는데 내가 욕심내면서 쭉쭉 올라가니까 꼴 보기 싫어 죽겠었어요? 내가 '선배, 선배' 하면서 아양 떨 때 좀 예쁘게 봐주지 그랬어요? 그러면 미안해서라도 이 지경까지 안 만들었을 텐데~ 조용히 헤어지라고? 됐고!! 아니 꼬아서 못해먹겠고!! 다 까발려!! 이 씨! 다 까발렸을 때 내가 잃는 게 많아 선배가 많아? 난 또 딴 데 대표 이사로 가요. 자기가 잃는 게 많아서 나보고 까발리지 말라고 하는 거면서 누굴 생각해 주는 척!!!
동훈
그래, 가 보자! 그래, 가보자! 끝까지 가보자!!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가보자!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 가보자. 나도 궁금하다. 내가 완전히 무너지면 무슨 짓을 할지. 어떤 인간이 될지 가보자.
준영
가 봐요!!!
도청하던 지안은 화가 나서 윤희에게 가고 윤희 차에 부딪힙니다. 그리고 예전 준영과 지안의 대화 녹음을 들려줍니다.
녹음 속 지안
근데요, 이렇게 중요한 타이밍에 왜 유부녀를 사귀어요? 헤어지면 그만인데 그러기 싫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인가?
녹음 속 준영
모르나 본데 남자들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여자가 유부녀야. 자기가 자기 입으로 떠벌리고 다닐 리 없는 여자!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헤어지는 것보단 계속 만나는 게 안전해. 아직 열기가 떨어지지 않은 여자 함부로 내쳤다간 더 골치 아파.
지안
바람피우는 여자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생겼구나? 아줌마~ 정신 차려요. 다 망가지기 전에
준영에게 캠핑장에 와있다는 문자를 받고 캠핑장에 왔지만 아무도 없고 윤희는 절망합니다.
도청 중에 동훈이 맥주를 마시면서 지안이 왔었는지 물어보자 지안은 맥주집으로 뛰어갑니다.
동훈
어 왔냐? 어, 난 다 마셨는데
지안
한 잔만 더 하죠. 더 해요. 나 왜 뽑았어요?
동훈
달리기. 내력이 세 보여서. 100미터 몇 초인데?
지안
몰라요. 기억 안 나요.
동훈
근데 무슨 특기래?
지안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동훈
행복하자.
지안이 동훈이 웃는 모습에 처음으로 웃습니다.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지안과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훈을 통해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는 점점 더 가슴이 먹먹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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