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무
그 5천. 일부러 먹인 거야. 뇌물 먹었다 치고 자르려고. 널 잘라 내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셌단 말이지.
윤희
당신도 사업하는 게 어때? 언제까지 회사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와서 사업체 꾸리는 게 낫지 않아? 그냥 그만두라고! 내가 도와준다고!
윤희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동훈
근처에 왔다가
윤희
점심은? 왜 아무 말이 없어. 할 말이 있어서 온 거 아니야? 밥 먹자고 그냥 들른 거 아니잖아.
동훈
그냥 들렀어.
윤희
생각해 봤어? 사업하는 거. 돈 때문에 그러는 거면 너무 걱정하지 마. 아파트 담보 대출도 좀 받고 여기저기서 끌어모으면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거야.
동훈
딴 집 여자들은 어떻게든 회사 오래 붙어 있으라고 난리라고 그러던데
윤희
그런 집 남자들은 기술이 없는 거고 구조 기술사 중에 굶어 죽는 사람 없어. 충분히 능력 되는데 뭐 하러 후배 밑에서 일해? 안 봐도 뻔해. 당신 회사에서 어떤 대접받을지. 나이 먹어서 쓸데없이 눈칫밥 먹으면서 살지 마.
동훈은 근처 카페에서 윤희가 공중전화로 통화하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그 공중전화로 준영에게 전화를 하고 준영은 당연히 윤희인 줄 알고 대답을 합니다. 동훈은 윤희와 준영이 내연관계인 것을 눈치챘죠. 그리고 예전 기억들을 더듬으며 윤희의 외도 사실을 더듬어서 기억해 확신해 나갑니다. 동훈은 일부러 윤희에게 전화를 해서 둘이 같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죠.
동훈
어 뭐 해?
윤희
일하는데, 왜?
동훈
오늘 늦나?
윤희
왜?
동훈
아니 엄마가 곰국 가져가라고. 내일은?
윤희
내일도 나와봐야 되는데, 내가 그냥 택시로 움직일게 당신이 차 써.
동훈
알았어. 어. 끊어
왕 전무
박동훈 부장은 왜? 낮에 감사실에서 박동훈 부장 책상 뒤집어엎고 난리였다는데 자네랑 상관있는 거야?
박 상무
아, 저 그게, 얼마 전에 도준영이 통화 목록 박 부장한테 넘겼었습니다. 살펴보라고. 아무래도 그게 걸린 것 같은데.
왕 전무
자네 당분간 박 부장한테 전화하지 마. 자네가 준 거라는 건 아직 모를 수 있어. 있어 봐. 알아볼게. 그런 걸 왜 함부로
박 상무
아, 저 근데 거기서 박 부장이 뭔가 잡아낸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후계 조기 축구 모임이 있습니다. 동훈은 화장실에서 그리고 축구를 하면서 과거 윤희와의 일을 회상해 봅니다.
윤희
밖에서 마시고 들어와서 또 술! 곯아떨어질 때까지 술, 술! 아침이면 도살장 끌려 나가는 것처럼 죽지 못해 일어나 나가고 당신 보면 짠하다가도 울화통 터져 밖에 나가서 좀 봐!! 딴 남자들 당신 나이에 어떻게 하고 사나 좀 보라고!!
동훈
다 이래.. 나처럼..
윤희
오빠 인생의 1순위가 누구야? 가족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 말고!! 당신 가족은 나, 당신, 그리고 우리 지석이 이렇게 셋이야 셋!!
동훈
어떻게 셋이야..
윤희
당신은 몸만 여기와 있는 사람 같아. 마음은 아직 당신 집에서 안 나왔어. 조선 시대가 딱이었는데 여자 데리고 들어와 같이 살고. 그렇지?
기훈
야~ 이제 우리 집에도 '사'자 있는 거야? 아니, 똑똑하다는 여자들도 애 낳으면 깜빡깜빡한다는데 형수 대단해. 응? 한방에 붙고 멋진 여자야. 아~ 넌 좋겠다. 엄마가 변호사라
요순
미안하다 네 어미는 무직이라.
기훈
뭐, 얘만 좋아요? 우리도 좋지!
요순
뭐가 좋아? 변호사 덕 보면 사고 쳤다는 거지.
기훈
아이 참. 이래서 '시'자야~ 이래서 여자들이 불쌍하다는 거야.
요순
뭐가 불쌍해~!
기훈
형이 사시 패스했어 봐요. 응? 형수 친정에서 잔치 벌였지.
동훈
고생하셨어요. 지석이 키우느라.
요순
애비 너 부지런히 올라가. 여자 아무리 잘나 봤자 남자 평판 밑이라고 여자는 남자가 제 밑에 있는 꼴 못 보고 산다. 그러니까 부지런히 올라가. 내 말 허투루 듣지 말고.
동훈이 한강에서 한숨을 쉬고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고 있지 지안은 걱정이 되어 달려갑니다. 동훈이 삼 형제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지안은 돌아가요. 준영과 캠핑을 하고 돌아오는 윤희를 동훈은 아파트 입구에서 만나 같이 집에 돌아옵니다. 불냄새가 난다는 동훈의 물음에 윤희는 준영과 캠핑을 갔다는 사실을 장작구이를 먹었다는 거짓말로 답합니다.
광일은 문을 한참 두드리다가 열어주지 않자 문을 따고 들어옵니다.
광일
할머니 오늘이 우리 아버지 제사예요. 할머니 손녀가 우리 아버지 죽인 날. 제사 음식은 나눠 먹는 거라는데 내가 나눠먹을 사람이 있어야죠. 통역 안 하냐? 드세요. 이거 드시고 오래오래 사셔서 손녀딸 오래오래 고생시키셔야죠. 드세요. 어디 아들아고 아비하고 제삿날을 똑같이 만들라고 이 씨! 자기가 사람 죽인 날도 기억 못 하는 년이. 어?
광일에게 한참 맞고 예전 동훈에게 '착하다'라고 들었던 녹음을 반복해서 듣습니다. 이 부분이 왜 이렇게 안쓰럽고 울컥하죠...? 아마 지안이 그냥 맞는 것은 본인에게 주는 벌 같은 거였던 거 같아요.
감사실에서 동훈은 감사를 받습니다.
감사부장
지난주 목요일에 회사 남으셔서 뭐 하셨어요? 밤새 전화통 붙잡고 계셨던 거 같은데.. 어디에 그렇게 전화를 하셨어요? 박동훈 부장님.
동훈
회사에서 전화를 쓰는 게 감사 거리가 돼요?
감사 부장
제보가 있었어요. 부장님이 도준영 대표 뒤를 캐신다고 대표님 통화목록 가지고 밤새 확인 전화 돌린 거 아니에요? 제보는 있는데 물증은 없고 더 조사하기도 뭐 하고 또 안 하기도 뭐 하고 근데 이거 밖으로 나가면 양쪽 다 기스예요. 도준영 대표는 뭐 구린게 있나? 왜 부하 직원이 뒤를 캐고 다니나? 또 박동훈 부장님은 후배가 머리 위에 앉았다고 배알이 "꼴려서 그러나? 왜 끌어내리지 못해서 안달인가? 이거 누구 하나 나갈 때까지 계속 이럴 것 같은데 뭐 잡은 게 있으면 한 방을 내놓든가요. 뭐가 있긴 있네요. 그렇죠? 주세요 그러면.
동훈
대표 이사 손아귀에 있는 감사실에다가 대표 이사 비리를 말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어요?
사무실 분위기가 안 좋자 동훈은 형규를 따로 불러서 물어봅니다.
동훈
무슨 상황인지 자초지종을 말해봐. 걔가 발로 서랍여는 게 뭐 한 두 번이야?
형규
그때 부장님 이지안 씨한테 왜 그만두라고 하셨어요? 그냥 같은 맥락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동훈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말해.
형규
대리님은 회식 자리에서 자기가 침 뱉었다고 맞은 줄 아는데
동훈
누구한테 침 뱉었는데
형규
누구한테 뱉은 게 아니고요. 그냥 그릇에 뱉었는데
동훈
근데 누구한테 맞아?
형규
이지안 씨요. 이지안 씨가 대리님 뺨 때렸어요. 그것도 아주 세게.. 근데 다들 취해서 자리도 많이 비었고 몇 명 못 봤는데 그때 대리님이 했던 말이 조금 거슬렸던 거 같아요.
동훈
뭐라 그랬는데?
동훈
김대리 왜 때렸어? 아, 뭐라고 했는데 때렸어? 아니, 어디 겁 없이 사람 뺨을 때려? 뺨 때리고 뺨 맞고 그런 거 드라마에서나 하는 일이야. 일반 사람들이 평생 살면서 한 번이나 있는 일인 줄 알아? 왜 때렸어? 김대리가 너한테 뭐라고 욕했어? 아니면 추근댔어? 왜 때렸냐고!
지안
아저씨 욕해서요. 자기 같았으면 벌써 그만뒀다고. 구박받는 상사 옆에서 보고 있기 고역이라고 이 모든 사태는 잘난 도준영 잘못이 아니고 못난 부장님 잘못이라고.
김 대리
내가 진짜 그랬냐? 부.. 부장님한테?
동훈
다 들었어. 너 왜 뺨 맞은 건지
김 대리
아니, 근데 그게 제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동훈
모른다고 말하지 말고 새끼야.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열 번 그래, 얼른.
김 대리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진짜 잘못했습니다.
동훈
우리.. 이러지 말자.. 내가 너한테까지 마음 아프고 싶지 않다.
김 대리
부장님, 사랑합니다.
동훈
미친놈.
김 대리
진짜 사랑합니다.
동훈
인간 다 뒤에서 욕해. 친하다고 뭐 욕 안 하는 줄 알아? 인간이 그렇게 한 겹이야? 나도 뒤에서 남 욕해! 욕하면 욕하는 거지, 뭐 어쩌라고 뭐 어쩌라고 일러. 쪽팔리게. 미안하다. 내가 다그쳐 놓고.. 고마워 때려 줘서..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른 척 해. 너희들 사이에선 다 말해 주는 게 우정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르는 척하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받은 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지안
그러면 누가 알 때까지 무서울 텐데.. 누가 알까.. 또 누가 알까..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람은 또 언제 알게 될까? 혹시 벌써 알고 있나? 어쩔 땐 이렇게 평생 불안하게 사느니 그냥 세상 사람들 다 알게 광화문 전광판에 떴으면 좋겠던데
동훈
모른 척해줄게. 너에 대해서 무슨 얘길 들어도 모른 척해줄게.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주라. 모른 척해주겠다고. 겁나. 넌 말 안 해도 다 알 것 같아서
감사 부장
도준영 대표 뒤를 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회장
박 부장은 도대표 뒤를 왜 캤대?
감사 부장
아마 그때 그 5천만 원이 누군가 자기를 물 먹이려는 수작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증거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회장
그 누군가가 도 대표라고 본 거고?
감사 부장
네.
회장
굳이 도 대표가 박동훈을 잘라야 할 이유가 있나?
감사 부장
아.. 얘기는 안 하는데요 뭔가 잡긴 잡은 눈치인데 저희가 회장님 직보 라인이라고 해도 믿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회장은 동훈에게 운동을 같이 하자고 합니다. 황급히 준영은 오고 회장에게 유명산에 캠핑 가자고 합니다. 윤 상무는 괜히 들뜨지 말라고 동훈에게 경고하죠.
윤희
웬일로 술도 안 마시고 일찍 들어왔대? 그렇지 아파야 안 먹지. 왜? 술병 났어? 저녁은?
동훈
먹었어.
윤희
당신 메일로 은행 이자 알아본 거 보내놨는데 봤어? 안 봤어?
동훈
못 봤어.
윤희
고정 금리로 하면 거의 4% 대고 변동 금리로 하면 3.5% 대야. 시간 나면 같이 은행가 봐야 되니까 봐둬~
동훈은 회장과 준영이 유명산에서 캠핑을 한다는 것을 전에 듣고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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