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기 싫은 날
이번에 소개할 드라마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넷플릭스 시리즈입니다. 여러 정신질환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요. 사실 내과, 정형외과, 피부과 이런 곳은 접근이 쉽지만 정신건강의학과는 접근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하지만 겉의 상처는 볼 수 있지만 내면의 상처는 우리가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잘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들로 구성되어 공감도 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무겁지만 무겁지 않은 드라마라고 하면 말이 이상한가요? 여하튼! 이 기회를 통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이 되고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아픈 사람들이 있을 때의 편견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시작해 볼게요!! 2화는 실제로 직장인이라면 많이 겪어보셨을 것 같은 내용이에요. 저 역시도(나르시시스트에게) 심하게 겪어서 상담, 병원도 다녀봤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편은 정말 리뷰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먹먹했습니다. 분명 비슷한 상황인 분들도 있을 거예요.
또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분들도 훨씬 많으시겠죠.
다은은 원래 내과 간호사였습니다. 하지만 워낙 환자들에게 배려를 많이 하는 간호사였죠. 환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간호사였지만 같이 일하는 간호사들은 그만큼 더 일을 해야 하니 죽을 맛이었겠죠. 하루 이틀도 아니니... 그 마음도 솔직히 이해는 돼요^^;; 간호사 분들이 워낙 고된 환경에서 일하시잖아요.
다은은 환자 분이 잠에서 깰까 봐 조용히 다니죠. 그러다 보니 일처리가 늦을 수밖에 없어요. 실제 입원하면 새벽에 여러 번 깨기는 깨죠^^;체온, 혈압 측정하고 왔다 갔다 소리 들리고 그래도 그러려니 했어요 : )
간호사 1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다은
아, 712호 안정수 환자분 불면증 있으시잖아요. 어렵게 잠드셨는데 혹시 깨실까 봐 조심조심하느라고 좀 늦었어요.
간호사 2
다은샘. 간호사 1명이 맡아야 되는 환자가 몇 명인 줄 알아? 자는 환자들 다 깨워 가면서 그렇게 밖에 환자를 볼 수 없는 건 그래야 환자를 다 볼 수 있어서야
간호사 1
환자분들 배려하는 거 가지고 뭐라 그러는 게 아니라요. 다은샘 몫까지 다른 간호사들이 다 해야 돼서 그걸 뭐라 그러는 거예요.
다은
죄송해요. 제가 그것까진 생각 못했어요.
결국 그렇게 내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어떻게 보면 쫓겨났습니다. 다은 엄마는 딸을 챙겨주려고 떡을 주지만 딸은 부담스럽죠. 딸들은... 이 심정 알죠???
다은
엄마, 나 갔다 올게
엄마
이거 가지고 가. 쑥개떡! 이거 식었다 싶으면은 그냥 전자레인지 2분만 돌려
다은
엄마, 요즘 사람들 쑥개떡 안 좋아해. 안 가져갈래~
엄마
먹어보면 다 잘 먹어
다은
엄마 때로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고 지켜봐 주기만 할 때도 필요한 거야
엄마
엄마가 직접 들고 가? 인사도 할 겸?
눈치 보이게 쑥개떡을 갖고 가고 우연인지 쑥개떡 덕분에 고윤을 만나네요. 다은은 혹시 뒷이야기를 하는 게 자기일까 봐 얼른 숨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본인이 아니라 의사샘이네요. 그리고 안심을 하죠. 저런 모습.. 왜 저는 낯설지가 않죠?ㅜㅜ
들레
딱 보기에도 바지런해 보이지는 않잖아요
수연
주변 사람들이 진짜 피곤했겠다
정란
다른 사람들이 고생 많았대요. 뒷수습하느라고
들레
난 같이 일 못 할 거 같은데요
다은
소문 안 나는 게 이상한 거지..
수 선생님
입조심! 괜히 의사들 뒷담화하고 다니지 마! 가뜩이나 패 나누기 딱 좋은데 왜 그래?
정란
그 선생님은 자기 얘기하는 줄도 모를걸요? 죄송합니다. 조심할게요.
다은은 이제 곧 전원 가실 환자분께 진정제를 놓기 위해서 왔는데 성식은 상당히 불안해하죠.
다은
김성식 님. 간밤에 잠은 잘 주무셨어요? 오늘 오후에 지방 병원으로 전원 예정되어 있으신 거 아시죠? 기분은 좀 어떠세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 거기서도 좋은 분들 많이 만나실 거예요. 고양이 좋아하시나 보네요? 근데 이제 이건 땔게요. 병동 규칙 상 이런 거 붙이시면 안 되거든요.
성식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분들 많아요... "아가씨.. 어이.. 거기 아줌마.. 이모.. 여사님.. 기타 등등" 병원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참 별 호칭을 다 들어봤어요. 의식 없는 척, 성희롱하는 환자들도 많고요. 기분 나쁘다고 때리기도 하고요. 뭐라 말할 수가 없죠... 의료진 분들을 존중해 주세요~ 집에서는 귀한 자식들입니다..
남자 환자
아니 이유를 말해달라니까요! 아, 내가 뭐 총을 달래, 칼을 달래? 아, 진짜 열 통 터져서!! 왜요! 왜 안되는데!
들레
제가 입원 시에 설명드렸는데요. 다시 한번 말씀해 드릴까요?
남자 환자
아가씨! 나 그딴 거 모르겠고 가서 의사 선생님 불러와.
윤 보호사
아가씨가 아니고 간호사님이세요
들레
이러시면 곤란하세요. 보호 병동에서는 볼펜 같은 필기도구는 자, 타해 위험이 있어서 반입이 어렵..
남자 환자
그쪽하고 말 섞기 싫다고!! 의사 불러오라니까!! 의사랑 얘기할 거야
의사 선생님도 꼭 남자 의사 선생님이어야 좀 진정되시는 분이 더러 있더라고요. 안 그러신 분이 훨~~~ 씬 많습니다 ^^ 여환은 환자의 부탁을 들어주고 들레는 기분이 나쁘네요. 왜냐하면 뒤치다꺼리는 다 간호사 선생님들의 몫이니까요.
여환
음 그러니까 일기가 쓰고 싶으시다?
남자 환자
예, 선생님. 근데 손가락으로 쓸 수는 없잖아요. 좀 어떻게 안될까요?
들레
환자분 혼자만 허락해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형평성 문제도 있고요.
여환
해주세요.
들레
선생님. 안 그래도 저분 병동 생활이 불성실하신데 그렇게 쉽게 허락해 주시면 저희 입장이 뭐가 되나요?
여환
본인이 신의 아들이라고 믿는 바이폴라(양극성 장애) 환자잖아요. 갑상선 기능 저하도 있고 뭔가 발산할 것이 있으면 여러 가지로 치료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부탁 좀 드릴게요.
정란
진짜 황샘이 그랬어? 더 자주 살펴보라고? 왜? 아예 그냥 같이 살라고 하지?
들레
치료에 도움이 된다니까 할 말 없는데 근데 기분이 좀 그래요
정란
아, 자기야 말 한마디면 끝이지만 우리는 내내 쫓아다녀야 하잖아. 저러니까 환자들이 우리를 더 무시하지. 간호사들한테는 툭하면 '아가씨', '이 여자', '저 여자' 막 대하고 나한테는 아줌마래. 어, 그래놓고는 의사샘들 앞에서는 '선생님, 선생님' 180도 확 바뀌고.. 진짜 얄밉지 않냐?
들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뭐, 얘기한다고 달라지겠어요? 그냥 신경 쓰지 마시고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죠.
다은은 김성식 환자의 히스토리를 쭉 읽어요.
혁수
김성식 환자, 남성, 40세, 수면 욕구 감소 증상으로 첫 내원. 직장 내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지만
성식
잠이 잘 안 오네요.
혁수
일을 좀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성식
그럴 여유가 없어요.
혁수
불면이 올 정도면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만..
성식
저기, 실은 직장 상사 한 분이 저한테 좀 까칠하셔가지고 처음 모셔보는 분이라서 그런지.. 아, 스타일 파악을 아직 못해서 그런가 봐요. 저, 이번 프로젝트 정말 잘하고 싶어요. 저한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잠을 좀 잘 자게 해 주세요.
저 큰 성인을 조그마한 방 안에 작은 가구, 책 등으로 연출하신 거를 보면 아마 성식의 현재 시야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닐까요? 완전히 상사의 말에 지배당해서 저 상태에서는 그 누구의 말도 귀에 안 들어올 거예요.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내가 잘못했다고 하고 계속 확인받으려 하고 그래서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고 그래서 상사의 말밖에 들리지가 않겠죠.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괜찮다. 너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해도 저 때는 아무 말도 안 들릴 겁니다. 그냥 빠져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나와서 시야를 넓혀야 해요. 그걸 깨달을 때까지 정말 심하게 아플 겁니다.
혁수
새로 부임한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으로 보인다. 가스라이팅은 '가스등'이란 연극에서 나온 말이다. 남자는 폴라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고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폴라가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비난한다. 당하는 폴라는 점점 자신의 현실 인지 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결국 남자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어진다.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자존감을 갉아먹죠. 그래서 '나는 정말 필요 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요. 그래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게 돼요. 저는 그게 일이었던 것 같아요. 일만 미친 듯이 했습니다. 일을 안 하면 너무나도 죄책감이 들었거든요. 1년에 일요일까지 다 일하고 고작 3번 쉬었다면 믿으실까요?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도 죄책감이 너무 몰려왔습니다. 상사가 의도적으로 그랬던 아니던 폭력이지만 점점 무뎌집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즐기게 될 거예요. 한 사람이 자기 때문에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을요.
성식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부장님
부장
변명 필요 없고 왜 그쪽한테만 일이 가면 성과가 안나는 거야?
성식
제가 더 잘하겠습...
부장
차라리 양대리한테 다 맡겨!! 어떻게 된 게 팀장이라는 사람이 대리보다 일을 못하나?
성식
죄송합니다.
부장
월급 루팡이라는 말 알아? 월급 도둑이라는 말이야!! 옛날 같으면 맞아도 몇 번을 맞았어!! 행여나 맞아도 '감사합니다' 하며 다녀야 돼 당신은!!
혁수
결국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으로 여길 때까지 정신적 학대를 이어나간다. 환자는 이미 상사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고 있었다. 촉발된 사회 공포증은 더욱 심화되었고 우울증은 중등도를 넘어섰다. 화장실에 대한 집착과 강박 증세도 출현하기 시작했다.
성식
요즘 수분 섭취를 최대한 줄여요. 화장실 때문에 불안해가지고.. 소변은 마려워가지고 미치겠는데.. 막상 화장실을 가면 안 나와요. 아, 근데 자꾸만 못 간다고 생각하니까 지금도 막 계속 가고 싶어 지고 그래요. 그리고 제가 이상한 버릇이 생겼어요. 제 출근길에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다 정리해 놓은 지도예요.
혁수
성식 씨, 뭘 좋아하세요?
성식은 장애를 갖고 있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본인의 존재 이유를 찾은 것 같아요. 이 고양이(후크 선장)는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는데 "집사로 간택되었다.", "성식님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이런 말들이 성식에게는 아주 뜻깊은 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직원
어머 우리 후크선장이 웬일이야? 얘는 좀 아픈 애예요. 발견했을 때 한쪽 눈이 실명됐었거든요. 어떤 나쁜 사람한테 못된 짓을 당한 건지 저희 직원들 아니면 아무한테도 가까이 안 가는데
성식
혹시 제가 한 번 안아봐도 될까요?
직원
혹시 이 아이는 어떠세요? 제 느낌에는 김성식 씨가 집사로 간택당하신 것 같은데요? 아이고~ 후크 선장 김성식 씨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혁수
환자는 물론이고 가해자마저도 폭력에 점점 무뎌진 것으로 보인다. 학대를 지속적으로 겪으며 심리적 한계에 다 달랐다. 완전히 억압당한 나머지 스스로를 포기했다.
다은
사회 불안 장애는 그럼 사회생활이 어려운 거예요?
철우
그렇죠. 일단 다른 사람들이랑 상호 작용 하는 거 자체를 좀 두려워하고 피하니까요. 낯선 사람들이 자기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다은
자기 얘기할까 봐서 막 신경 쓰이고요?
철우
그렇죠. 뭐, 남들이 욕하는 거 평가당하는 거를 엄청 두려워해요. 그, 실제로 어떤 느낌일까요? 불안이라는 거
다은
마치 투명한 우리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 모두가 나를 지켜보고 구경 중인 기분이요. 나를 모르는 사람조차도 긴장되고 압박되고 부끄러웠겠죠.
민서
근데 문제는 불안 장애 환자들이 자기한테 병이 있는지를 모르고 알아도 병원을 잘 안 온다는 거야
철우
그냥 좀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나 소심한 성격이거니 해 버리죠. 옛날 엄마들 그런 성격들 고치려고 뭐, 웅변 학원 보내고 연기 학원 보내고
다은
어! 저도 다녔었는데
철우
평소에 좀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에요?
다은
저요? 조금요.
철우
불안의 3대 요소 중 하나가 걱정이거든요.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거죠. 둘째는 그 걱정 때문에 긴장된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거예요. 그리고 셋째는 그 긴장 때문에 두통, 흉통, 소화 불량까지 이어지는 거죠.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 그러면 불안 장애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환자 분들이 다 같이 TV를 보면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아픈 환자를 들레가 목격하죠.
들레
황 선생님. 선생님~ 김재환 님 면담 좀요. 자꾸 배가 아프시다고 하세요.
여환
아~ 지금요?
철우
배가요? 어떻게 아프신데요?
들레
공 선생님.. 황 선생님 환자 분이세요.
철우
아이, 환자에 내 환자, 네 환자, 네 환자, 내 환자가 어딨습니까! 모두 다 우리 환자!
여환
여기서 네가 제일 환자야.. 보면 모르겠냐? 어제 논문 때문에 뻔히 못 잔 거 알 텐데.. 다분히 의도적으로 환자 맡긴 거
들레
처방된 소화제는 벌써 다 드렸거든요. 면담해 보시고 다른 검사 더 해보실 건지 결정해 보셔야죠.
여환
김재환 환자, 모셔 오세요~
드디어 정란이랑 들레는 밥을 제시간에 먹을 수가 있게 되었네요! 그런데..
정란
들레샘! 밥 먹으러 가자 우리 제시간에 밥 먹으러 가는 거 얼마 만이야?
여환
아! 들레샘~ 여기 김재환 님 이모분이세요~ 오늘 우리 병동 이렇게 처음 면회를 오셨다네요~
들레
클로스(보호 병동) 환자 분들은 직계가족만 면회되시고 담당의 허락이 있으셔야 되는데요.
여환
제가! 담당의입니다. 궁금하신 게 많다니까 상세히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다분히 의도적이죠?
정란
그래서 지금까지 붙잡혀 있었어?
들레
이거 지금 나 엿 먹으라는 거죠? 맞죠?
정란
근데 김재환 님은 원래 어머님이 면회 오시지 않았나?
들레
당분간 가까운 친척분들이 돌아가면서 오신대요. 문제는 새로 오실 때마다 상태 전부 다시 말씀드려야 한다는 거죠.
정란
그냥 황 샘이 면담하시면 안 되나?
들레
알잖아요. 의사들하고 짧게 끝날 얘기 간호사들한테는 엄청 길어지는 거
정란
그렇지, 우린 편하니까
들레
이, 씨! 아까 분명히 봤어. 상세히 설명해 달라고 하면서 웃는 거!! 내가 자기한테 환자 토스 쳤다고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다은은 혹시 본인 욕은 하는 것은 아닌가 신경 쓰게 됩니다.
다은
내 얘기하는 건가? 하.... 한심해 진짜...
성식님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갈 준비가 다 되었네요!
다은
김성식 님. 조금 있으면 이송 가실 병원 차 도착한대요. 마음의 준비는 되셨어요? 왜 이렇게 떠세요?
성식
간호사님은 내.. 내가 나을 것 같아요?
다은
나으셔야죠.
성식
나 같은 건 차라리.. 그냥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다은
주사 놔드릴게요. 편안하게 가시는데 도움 되실 거예요.
성식
나 꼭... 꼭 거기 가야 해요? 거기 집에서 멀어요. 후크 선장도 걱정되고...
다은
후크 선장이면 키우시는 고양이 말씀이세요?
성식
아는 사람한테 맡겼는데 저, 불안하고 걱정돼 가지고 나 못 가겠어요.
다은
잘 있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성식
밥을 내가 줘야 잘 먹는데.. 한 번만 좀 보고 가게 해주세요.
다은
병원 규정 상 애완동물은 출입 금지예요.
성식
아는데... 이렇게 딱 한 번만.. 부탁 좀 할게요.
과거 외래 진료 때 성식님의 모습입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모습이죠. 부장을 넘어서서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신경이 쓰입니다. 저 사람들도 나를 부장처럼 한심하게 보지 않을까 다들 뒤에서 나를 욕하지 않을까 실제로 들은 것이 아님에도 계속해서 상상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상상이 오해를 만들고 본인을 더 옥죌 뿐인데도 저 상황에서는 막을 수가 없어요.. 이미 시야는 좁아졌고 본인은 이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사람이다라고 본인 스스로가 단정해버렸으니까요. 성식은 "~같아요"라는 표현을 해요.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라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가정을 하는 거죠. 근데 한 번 그렇게 구렁텅이에 빠져버리면 나오기가 정말 힘들어요.
혁수
지속된 약물처방과 상담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호전되지 않았다
혁수
참 힘드셨겠어요.
성식
이제 부장님은 참을 만해요.
혁수
그럼 이제 뭐가 힘든가요?
성식
사람이요. 사람들 시선이 전부 나를 보고 있어요. 다 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고
혁수
다른 사람들이 성식 씨 이야기하는 거를 실제로 들은 건가요? 아니면 그런 생각이 드시는 건가요?
성식
다 내 얘기하는 것 같아요.
혁수
그런 생각이 참 마음을 아프게 하죠.
성식
아픈 게 아니라 절 경멸하는 것 같아요.
다은은 후크 선장의 사진을 가져왔어요. 그렇게 진정이 될 줄 알았는데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어요. 후크 선장은 성식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였는데 그걸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있다고 하니 자신의 필요성이 이제 없어진다고 느끼고 불안 해졌겠죠. 참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을 텐데 피해자만 너무 아픕니다..
다은
보세요~ 건강하고 이쁘게 잘 크고 있어요.
성식
그, 그렇.. 그렇네요. 털에도 윤기가 돌고 코도.. 코도 반짝거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간호사님
다은
밥 때 되면 밥 달라고 다리를 막 비비고 그런대요~ 자기 말을 너무 잘 듣는다고 본인이 입양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네요?
성식
후크 선장이 그 사람을 잘 따른다고요? 아니, 후크 선장은 아빠밖에 모르는 애인데 아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밥도 내가 줘야지 먹고 물도 내가 줘야 잘 마셨는데? 나만 따르던 얘인데!!! 그.. 그... 게 아니면 내가 지금 할... 할... 할 게 없어지는데? 쓸.. 쓸모가 없어지는데 내가???
안 되겠어요! 나 지금 가 가지고 우리 후크 선장 찾아와야겠어요! 나 지금 집에 빨리 보내달라니까!!!
결국 전원을 못 가게 되고 보호자는 항의를 합니다. 그리고 그날 다은의 환영회식이 있죠. 성식에게 미안한 다은은 빨리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병원에 들어간다고 수연에게 말합니다.
다은
저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병원에 좀 들어가 보면 안 될까요? 김성식 님 때문에요. 빨리 병원 찾아봐 드리면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수연
그건 나이트 팀으로 인계 넘어갔잖아. 다은샘이 지금 병원에 가봐야 할 일이 없을 텐데?
다은
저도 같이 알아봐 드리면..
수연
다은 샘아! 나 이제 알겠다. 내과 수 샘이 왜 너 보내셨는지.. 지금 우리 너 환영 회식 중이잖아! 근데 네가 책임진답시고 여기서 가버리면 딴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겠어? 너 가고 나면 네 얘기 나올 거 진짜 몰라? 너 그냥 개념 없는 애 되는 거야. 난 그런 거까지는 커버 못 쳐 준다.
다은
그래도.. 저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선생님
수연
너 가고 싶으면 가든지! 나는 모르겠다
여긴 러브러브 모드네요~ 들레는 본인을 똥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니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여환보다 못났다 아래다 이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여환
오늘 고기 괜찮았죠? 나 원래 목살파인데요.. 삼겹도 덜 기름지고 좋더라고요. 이게 파무침 하고 같이 먹으니까
들레
파무침 맛있다는 말씀 하시려고 저 부르셨어요?
여환
아니, 그건 아니고요
들레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
여환
들레샘도 대충 알고 있을 거 같기는 한데 제가 할 말이 뭐냐면요.
들레
저 알아요. 저 좋아한다고 지난번에 말씀하셨잖아요
여환
아, 저번에도.. 그, 저번에도 대답이 없길래요. 혹시나 해서...
들레
저 선생님 싫어요
여환
나도 감은 있었어요. 그래도 이유라도...
들레
저 만나는 거 평생 똥 밟는 거예요
여환
들레 샘 같은 사람이 왜 똥이에요?
들레
샘 같은 분에 비하면 뭐 전 똥이죠. 음... 황 샘 아버님은 우리 병원 흉부외과 교수님이시죠? 어머님은 신장 내과 교수님이시고 형제 분들도 다 의사 선생님이시고 그런 집안 막내 아드님이랑 저 같은 게 진짜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여환
무슨 그런 말을.. 들레샘 지금 21세기예요.
들레
21세기 건, 31세기 건 계급은 영원한 거예요. 그것도 모르는 순진한 남자랑은 더 답 없고요. 그러니까 우리는 노!
이런 선임이 있으면 정말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런 선임... 이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수 간호사
그나저나 정다은 어디 갔다니?
수연
김정식 님 병원 알아보겠다고 갔어요. 아니, 아무리 지 잘못이라고 하지만 지금 자기 환영 회식 중이잖아요. 근데 이걸 굳이 빠져가면서 간다는 게 애가 착한 거 같기는 한데 착해요.. 근데 융통성도 없고 답답하네요
수 간호사
수연아. 교수님에 수간호사에 선배들 다 있는 회식은 빠지면 안 되는 거니? 환자들 보는 것보다 사회생활 더 잘하는 거 그게 더 중요한가? 너 혹시 김성식 님 고양이 이름 알아? 후크 선장이래. 나도 오늘 처음 알았다. 우리 병원 선생님 중에 김성식 님 고양이 이름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정다은 하나일걸? 나는 정다은 보면 옛날의 우리 보는 것 같아. 병원 절차나 규율보다 환자 마음부터 생각했던 그때 우리가 바쁘게 사느라고 그거 있고 살았네. 야! 너도 그럴 때 있었잖아. 환자 붙잡고 같이 엉엉 울던 애잖아, 너
수연
왜 그때 이야기를 하세요. 언제적 이야기를...
수 간호사
자질은 좋은 애야.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가지고 방법을 몰라서 실수한 거니까 그 마음까지 혼내지는 말자
누구에게나 병아리 시절은 있죠! 그런 시절들을 이야기해 주면서 너만 실수하는 거 아니다. 나도 실수했다. 이 또한 다 지나간다. 알려주네요. 멋진 선배!!
다은
어? 선생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
수연
왜 왔겠니? 사고뭉치 후배 도와주러 왔지. 내가 너한테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수쌤한테 혼났다~
다은
앞으로는 진짜 절대 실수 안 할게요.
수연
사람이 어떻게 실수를 안 하니. 앞으로 했던 실수 또 하지 마
다은
선생님. 선생님은 실수 같은 거 안 하시죠?
수연
야. 나라고 왜 실수를 안 하겠니? 나 병아리 때 심폐소생술을 막 했는데 그냥 수면 무호흡 환자였더라고. 수쌤이 그때 내 프리셉터 샘이었거든? 야 수쌤 그때 진짜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혼날까 봐 그냥 계속 모른 척 심폐소생술했어. 환자분이랑 눈도 마주쳤는데 끝까지 나 못 본 척했잖아. 다은 샘은 우리 과랑 잘 맞을 것 같아
성식의 병원을 알아보고 드디어 전원을 하게 됩니다.
성식
제가 갈 병원 알아보셨다고요?
다은
환경도 좋고 베드도 남아있대요. 잘 맞으실 거예요
성식
힘드셨죠. 저 때문에
다은
아~ 아니에요. 성식님 잘못하신 거 1도 없으세요. 주사 못 놓은 제가 잘못한 거죠
성식
아닙니다. 다 제가 잘못한 거예요.
다은
다른 사람 잘못까지 다 떠안지 마세요. 조금 더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속상해요. 여기는 착한 분들만 오시는 거 같아서
성식
그래서 선생님도 여기 계신가 봐요? 이곳에는 착한 사람들만 온다면서요.
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마도 미움받을 용기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받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춰 내 영혼에 칼을 들이댄다. 그래서 우리는 늘 끊임없이 아프고 불행하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한 때 엄청 유행했죠. 우리는 그냥 우리 자신을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저한테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남들의 기준에 남들의 시선에 맞추지 말고 나를 좀 더 사랑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가스라이팅이라는 게 지금은 흔하게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잖아요. 저런 거를 진짜 당하나? 싶었었거든요. 근데 정말 당하더라고요. 그게 저였었어요. 그때는 정말 손으로 글씨를 쓸 힘조차도 없어서 제 이름도 못썼었어요. 정말 심한 나르시시스트를 만났거든요. 피해야 하는데 피하지 않고 그냥 맞섰던 게 잘못이었었죠. 자기를 정말 보호하려면 피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괴물이랑 줄다리기를 할 때 이 괴물이랑 줄다리기를 끝내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잖아요. 이 줄을 놔버리는 거.. 근데 그때는 시야가 안보였어요. 아마 주위에 이런 분들도 있을 거고 본인인 분들도 있을 수도 있을 거예요. 절대로 본인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상처는 굳이 받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의 상처는 너무 오래 가요. 평생 안 없어질 것 같거든요. 2회에서 성식이 같은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상황들이더라고요. 좀 많이 무거운 회차였지만 2회는 다음에 이어서 쭉~ 진행할게요!
'리뷰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6회 "어떤 마법사의 하루"#드라마 리뷰#드라마 대사 (106) | 2023.11.24 |
---|---|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4회 "그 뻔한 희망을 찾기 위해서"#드라마 리뷰#드라마 대사 (144) | 2023.11.23 |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5회 "인생에서 노란색 경고등이 깜빡거릴 때"#드라마 리뷰#드라마 대사 (53) | 2023.11.23 |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3회 "숨 쉴 구멍"#드라마 리뷰#드라마 대사 (168) | 2023.11.20 |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회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밤"#드라마리뷰#드라마대사 (256) | 2023.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