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뻔한 희망을 찾기 위해서
출근한 다은 샘은 들레 샘에게 인수인계를 받습니다. 새로 입원한 완자는 정하람 환자로 망상이 있는데 증상이 심하다고 하네요. 또 망상환자를 맡았는데 다은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들레
오늘 510호 정하람 님 한 분 입원 오셨어요. 정하람 님 전에 정신과 진료본 적 없으신 분이시고 최근에 사이코틱한 심톰(정신병적 증상) 생겨서 오신 분이십니다. 패러노이드(편집증)한 딜루전 심톰(망상 증상)도 심해서 잘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서완님이랑 다은은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서완님이 다은을 상당히 믿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은
다 되셨어요. 꼭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서완
중재자님께서 말씀해 주셨잖아요. 치료해 주실 때는 움직여서도 안 되고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은
말만 하지 마시고 숨은 쉬셔도 돼요.
서완
아~ 숨은~ 혹시.. 저와 화룡을 잡으러 떠나지 않으실래요?
다은
아..
서완
사실 여기 있는 분들 중에서 중재자님이 저는 가장 믿음직스러워서 부탁드려 본 거예요.
다은
그건 너무 고마운 말씀인데요?
정란
김서완 님 이제 다은샘한테 완전 마음여신 거 같은데? '제일 믿음직스러운 중재자님' 이라잖아.
정란도 인정하네요. 서완님이 다은에게 가장 마음을 연 것 같다고요. 정신병동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벌써 라뽀가 생겨서 그런지 기분이 좋은 다은입니다. 다은이랑 정란은 새로 온 하람님의 혈압도 체크하고 혹시 모를 자, 타해 도구나 다른 여타 도구들이 있는지 검사합니다. 하람님은 다은이 물품검사를 하자 지금 오해를 합니다. 정하람 환자는 다은이 본인 돈 3천만 원을 훔쳐갔다는 망상에 빠졌습니다. 순간 억울한 마음에 다은은 버럭 화를 내버렸네요.
하람
저기요. 제 돈 주세요!! 아니 제.. 말 안 들려요? 제 돈 주세요!!
다은
아니. 아까부터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
하람
그쪽이 훔쳐 간 내 3천만 원 달라고요.
수연
왜 무슨 일이세요?
하람
저 간호사님이 아까 소지품 검사하는 척하면서 제 3천만 원 훔쳐갔어요.
다은
아, 사물함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요.
하은
거짓말하지 마요. 내가 똑똑히 봤는데! 아! 내 3천만 원 빨리 달라고요!
다은
아, 제가 안 훔쳤다니까요!!
(헙! 입 막으며)
수연
아이고.. 지금 많이 힘드시구나.
수연에게 결국 혼나고 마네요. 일이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참 어렵습니다. 참 저 말이 더 무섭죠. '이제 그만 죄송해야 돼'라는 말이요.
수연
다은 샘! 인계 때 뭐 들었어? 정하람 환자 딜루전 심톰(망상 증상) 있는 거 몰라? 망상 환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다은 샘 이제 잘 알잖아
알면서 왜 그랬어?
다은
당황해서요.
수연
망상에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되나 본데 뭐 '그거는 아니에요', '잘못된 생각이에요' 부정할수록 망상은 더 구체화되는 거야. 정다은 선생님은 치료자로서 가장 하면 안 되는 답변을 했어. 알겠니?
다은
네. 죄송합니다.
수연
이제 그만 죄송해야 돼.
정하람 환자는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네요. 그 절실한 마음을 건드렸여요. 요즘 보이스피싱 피해자 분들이 정말 많잖아요.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전세 사기 등 별의별 사기 들이 많죠. 참..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란
많이 깨졌어? 히스토리 보니까 보이스 피싱으로 돈 잃고 망상이 왔다더라
다은
보이스 피싱? 젊어 보이던데
정란
의외로 젊은 사람들도 많이 당하더라고.. 보이스 피싱이라는 게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는 거잖아. 그 간절함에 젊고 늙음이 어디 있겠어. 병원비도 못 낼만큼 당했나봐.. 자해 위험도 높고 응급 입원이라 치료비야 보건 복지부가 지원하지만 마음이 어떻겠어?
한편, 병동에는 자해소동이 벌어지고 이를 막다가 들레 샘이 다쳐요.
현서
오.. 오지 마!!
들레
현서 님.. 괜찮아요
보호사
진정하시고 그거 이리 주세요
여환
무슨 일이에요?
간호사
아들 사망한 거 모르시다가 딸이 면회 와서 알렸나 봐요.
여환
현서 님 저희가 도와드릴게요.ㅜ보호사님, 천천히요
(환자를 막고)
들레
보호사님! 지금 환자 분 몸에 피나세요!!!
여환
이거 들레 샘 피예요.
수 간호사
들레 샘. 다친 데는? 어때, 괜찮아?
들레
네. 괜찮습니다. 조금 긁힌 건데요. 뭐
수 간호사
피가 많이 났다면서 잠깐 가서 쉬고 와
들레
아니에요. 선생님. 차팅 할 게 많아서요
여환
왜 저렇게까지 일을 해?
들레
무슨 일인데?
들레 동생
언니. 이제 월급날이지? 나 생활비랑 용돈 좀 더 부쳐줘
들레
나도 빠듯해. 더는 힘들어. 엄마는?
들레 동생
내가 어떻게 알아?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뭐~ 언니 대출받으면 안 돼? 언니 대학병원 간호사인데 대출도 잘 나올 거 아니야
들레
너 '미안한데'라는 말은 까먹었어? 왜 아무도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하는데?
다은은 머리를 하러 가는데 바가지를 쓰고 따라갔던 고윤도 같이 바가지를 쓰네요. 이런 곳에도 화가 나고 억울하는데 보이스 피싱에 돈을 허무하게 잃으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그 다음 날 다은이 출근했더니 병동이 엉망입니다. 그 와중에 서완님은 다은이 상처받을까 봐 열심히 청소하고 계시네요. 감동입니다.
정란
너한테 제대로 꽂혔다.
다은
하람님이 이런 거야?
들레
나이트 팀이 진짜 잠깐 자리를 비웠었다는데...
다은
여기는 내가 정리할 떼니까 들레샘이랑 정란샘은 가서 인계받을 준비 해. 서완님도 이제 그만 병실에 들어가실게요~ 정말 감사해요
하람
야 왜 지워!! 야!! 이 도둑년아! 왜 지우냐고!
(머리 잡으며)
서완님의 3천만 골드 정말 위로가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서완
중재자님. 안녕하세요. 많이 힘드시죠?
다은
아~아니에요. 이게 뭐요?
서완
이거 3천입니다. 힘드실 텐데 이걸로 해결하세요. 사양하지 마세요. 저 진짜 괜찮아요! 아. 사.. 사냥 이렇게 샥샥샥 하면은 금방 모아서... 부디 중재자님께서 악한 마법사의 속박에서 벗어나시고 저의 마력 봉인을 풀어 주시기를..
머리채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환은 위로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도 해주고요. 다은 곁에 좋은 사람이 참 많네요. (근데 담당의인 여환샘은 뭐 하시는 건가요! 드라마는 드라마로)
여환
너 정하람 환자한테 머리끄덩이 잡혔다며? 어쩌다가 그렇게 찍혔냐?
다은
아, 이유라도 알면 억울하지나 않죠. 근데 진짜 수 샘 말씀처럼 저랑 망상 환자랑은 안 맞는 걸까요?
여환
정하람 환자분은 보이스 피싱 당한 충격으로 일시적인 장애가 온 건데한 달 이내에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전부를 잃은 사람은 젊고 늙은 거 없이 세상이 무너지거든. 사람이 괴로운 상황을 바꿀 수가 없으면 스스로 원망할 상대를 만든다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괴롭히고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으니까
정하람 님이 다은 사물함까지 뒤지고 다른 환자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사정합니다. 다은은 다 이해하고 상황을 알지만 정말 너무 지치고 힘들 것 같네요.
다은
하람님. 저도 밥 안 먹었는 데 같이 드실래요?
하람
돈이나 내놔요
다은
일단 드셔야 힘이 나죠. 드시고 그때 다시 이야기해요.
하람
봐.. 이렇게 헤프게 사니까 남 돈이나 훔치지.. 난요.. 이런 라면을 이틀씩 쪼개 먹었어요.
다은
왜요?
하람
당연히 아까우니까
알고 보니 정하람 님은 정말 힘들게 살았어요.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 많을 거예요. 각자의 위치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요. 언젠가는 나도 이루어질 거라는 희망이라는 것을 품고요. 근데 보이스피싱이 그 희망을 이용해서 사람을 들었다가 지옥으로 떨어트려놨죠. 그래서 더 이상 올라갈 힘조차 잃어버리게 만들어버리고요.
남성
정하람 씨 되시죠? 입사팀입니다. 정하람 씨께서 추가 합격되셔서요. 축하드립니다. 입사 여부를 빨리 말씀해 주셔야 다음 분께도 입사 기회가 주어져서요.
하람
아. 네 당연히 가야죠!!
남성
네 감사합니다. 체크카드와 연동되는 출입증을 만들려면 통장 사본이랑 신분증, 카드번호가 필요해서요
하람
아. 네. 제가 지금 당장! 당장 보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경찰
보이스피싱 당하신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수법에 많이 당해요. 대부분 못 찾고요.
들레는 여환에게 자신의 상황을 보여주기로 합니다. 여환은 정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줄도 아는 사람인 것 같고요. 괜한 자존심부리면 미울 텐데도 참 잘 받아주네요^^
들레
들어와요. 선생님이 뜨거운 물 안 나오는 집이 어디 있냐고 했죠? 여기 있네요. 여기까지 올라오는 거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겠죠. 근데 세 번째는 힘들 거고 다섯 번째는 귀찮을 거예요. 그리고 열 번째는 지긋지긋해지겠죠. 그때는 나한테 하나도 안 미안할 거예요. 어차피 없어질 마음이니까 지금 접으셔도 된다고요.
여환
잠깐 있어요
여환샘은 아이스 버킷리스트를 이렇게 하네요. 멋있어요! 이렇게 프러포즈를 하다니요! 그렇게 둘이 뽀뽀를 하면서 마음을 확인합니다.
들레
지금 뭐 하시는!!
여환
뜨거운 물 안 나오는 집에서 살아봤냐면서요!! 안 살아봤어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느껴보려고요.
들레
정말 유치하게 왜 그러세요?
여환
유치해도 할 수 없어요. 나 이렇게 밖에 내 맘 표현 못 하겠어요. 나.. 진짜 들레 샘 좋아해요.
들레
아. 정말.. 사람 곤란하게 왜 이래요. 선생님 정말 애 같고 철 없어요. 전 직선적인 사람 정말...
하람님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다은과 은행을 같이 가면서부터 이제 다시 시작하네요. 그 시작을 저는 응원하겠습니다.
하람
저기.. 이것 좀 제 통장에 넣어주실 수 있어요? 다시 모아보려고요..
다은
아... 제가 입금은 해드릴 수 없고요.. 대신 제가 같이 가드릴 수는 있는데 같이 가드릴까요?
하람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다은
모든 병은 상실에서 온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거나 자기 자신을 잃었거나 또는... 행복한 순간들을 잃었거나 그럴 때 우리는 이제 너무나 뻔해서 얘기하는 사람조차 낡아 보이는 희망이라는 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 뻔한 희망.. 그 뻔한 희망을 찾기 위해 우리들은 여기에 있다.
정말 뻔하지만 그 뻔한 희망이 사람을 웃기도 울게도 살게도 죽게도 합니다. 오늘도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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