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먼 뒷 날에 다시 만납시다.
연인 9회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인 9회도 좋더라고요. 길채가 그 시대에 양반 여성으로서 굉장히 주체적으로 당차게 살아남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식솔들을 챙기고 다시 일어서고 성장하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꿈속에서 장현을 그리워해요. 그리고 아마 제일 후회하는 그 순간을 계속 꿈꾸는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러잖아요. 계속 후회하는 순간을 꿈꾸잖아요. 그리고 그 꿈에서 깨고 현실로 돌아오면 더 괴롭고요.
장현
알잖소.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지. 오직 나만을 향한 낭자의 마음 다만 말로만으로도 다짐을 해주면 내 지금이라도 심양가는 길 돌리리다. 허나 안 되겠지..
길채
드릴게요.. 제 마음 다 가져요. 그러니.. 가지 마요. 가지 마요.. 나랑 있어요
한편, 장현은 심양에서 위기 속에 있어요. 왜 장현이 편지 한 통 못 썼을까 생각했는데 저렇게 오해받고 있는 상황이었으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편지는 상상도 못 할 것 같기는 해요. 잠시 귀국하는 것도 허락 맡고 가야 하잖아요.
홍타이지
조선에서 청군에게 마마가 돌았다는 헛소문이 퍼진 적이 있어. 그 소문을 퍼트린 자가 혹 너인가?
장현
그건 용골대 장군께 모두 아뢰었나이다.
홍타이지
타타라 앙굴다이! 네가 말해. 이자가 하서국과 같은 쥐새끼인데 구분을 못한 것이냐? 아니면 전쟁 와중에 길을 잃은 불쌍한 백성이냐?
용골대
폐하. 저자는 간자를 할 깜냥도 되지 않는 자이옵니다. 소신이 어찌 간자를 구분하지 못했겠나이까?
홍타이지
유능한 반간은 매우 귀하다. 명나라 원순환을 제거한 것도 반간계 덕이었지.
용골대
허면 어찌?
역시 장현은 머리가 좋네요. 하지만 용골대에게 약점이 잡혀 당분간 몸조심을 해야겠죠.
용골대
이 교활한 놈!!
장현
이제 소인은 장군께서 보장한 몸이니 아무리 미워도 함부로 죽이시면 아니 됩니다.
용골대
그래. 잠시 네 놈 목숨은 살려두마. 허나 네가 쥐새끼가 아닌 것은 증명해야겠지? 앞으로 도망한 조선 포로는 네가 직접 잡아 바쳐라
장현은 이러한 자신의 처지가 참 한스러운가 봅니다.
장현
내가 그렇지 뭐..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사람이지 나는..
량음
그래 넌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지.. 하지만 난.. 난 너한테 속한 사람이야
장현
쥐새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
전쟁 끝에 가세는 기울고 상인에게 무시를 당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연히 원무를 만나고 원무의 대장간도 보게 됩니다. 하필 원무 앞에서 꼬르륵 소리를... 덕분에 밥도 얻어먹습니다^^
원무
미안하게 됐네.. 나도 어쩔 도리가 없네
야장
죽으라는 소립니까?
원무
청에서 금지한 걸 낸들 어쩌겠나
종종
저분은 섬에서 우릴 구해준 군관 나리 아닙니까?
원무
낭자. 여긴 어쩐 일로?
길채
이 대장간이 나리 것입니까?
원무
아, 예
원무에게 부탁해서 대장간 운영을 잠시 맡게 된 길채
길채
그 대장간이 나리 것이라 하셨지요?
원무
오래 전부터 우리 가문에서 운영해 온 대장간입니다. 본시 무관은 검이며 화살 습속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기에
길채
헌데 야장들이 일은 안 하고 가마도 놀리고 있던데..
원무
전쟁도 끝나고 청에서 조선이 무기 만드는 일을 금하여 이젠 야장들에게 시킬 일이 없소.
길채
그럼 무기 말고 다른 것을 만들면 되지요? 난리 통에 가마솥이며 그릇 도둑맞은 집이 한 둘인가요? 불탄 집에 문짝이라도 달려면 못이니 경첩도 필요하고 또..
원무
글쎄요. 예전에 내 대장간에서 유기그릇이며 농기구들을 만들기도 했다지만 난 그런 물건을 만들어본 적도 없고
길채
제가 나리 일을 도와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원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그 거친 야장들을 다루는 일을 낭자가 어찌한다는 말이오?
길채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습니다!
길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죠! 하지만 재료가 필요합니다.
판술
뭘 만드실 생각이시지요?
길채
보니 유기그릇 틀이 있던데 예전엔 여기서 유기도 만들었다지?
판술
예. 본시 이곳에선 유기그릇도 만들고 농기구 잡물도 만들었사온데 정묘년 오랑캐 난을 겪은 이후엔 주로 무기만 만들어 왔습니다.
길채
그거 잘 됐구먼. 유기그릇을 다시 만드시게!
판술
그릇을 만들래도... 구리가 있어야지요..
[통보 가격은 헐값이 되고 길채는 그런 통보를 원무에게 융통한 면포로 사들여 유기그릇의 원료인 구리로 사용합니다.]
원무
면포를 팔아서 이 쓸모없는 동전을 모았단 말입니까?
길채
이걸 녹여서 그릇을 만드세요. 동전은 쓸모없지만 유기그릇은 지금 없어서 못 파니까
원무
낭자. 통보를 녹여 다른 물건을 만드는 건 나라에서 금하는 일이오.
길채
종사관님. 지금 통보 백 문을 줘도 면포 한 필을 못 삽니다. 헌데 통보를 녹여 유기그릇을 만들면...
원무
요즘 같은 난리 끝에 어떤 집에서 값비싼 유기를 사겠소.
길채
나리도 종손이시니 양가댁 여인들이 제사 받드는 일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건 아시지요? 대갓집에선 난리통에 유기그릇을 모두 뺏기고 표주박 그릇으로 제사를 올린다면서 얼마나 한탄하는지 모릅니다. 두고 보세요. 피난길에 보니 여인들이 옥 가락지, 금붙이 하나쯤은 지니고 다녔죠. 유기그릇을 살 수만 있다면 그걸 내놓을 겁니다.
그렇게 양반 아기씨인 길채는 열심히 유기그릇을 야장들과 만듭니다.
길채
이것들 모시게! 유기그릇이네! 쓸모없던 동전이 귀한 유기그릇이 됐어
심양에서는 소현과 장현은 언성을 높이지만 이내 옳은 말을 하는 장현의 말에 소현은 설득을 당하죠.
소현
그간 네가 나 몰래 도르곤이며 황실에 죽력 따위를 대왔다지? 그 덕에 용골대의 환심을 사서 목숨을 부지했는가? 네가 감히 조선의 세자를 저들에게 아부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장현
아부한 것이 아니옵니다. 도움을 베푸신 것이옵니다.
소현
누가 그리 생각하겠느냐. 누가!! 그래.. 너는 처음부터 그랬어. 나를, 내 아버지를 무시했어. 너뿐 아니지. 지금 조선 선비들이 더러운 조정에서 일할 수 없다며 관직을 마다하고 산으로 들어간다지. 허나, 내 너희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줄까? 오랑캐들이 위협하자 내탕고를 풀어 각 성에 식량을 들이라 명한 것도! 언관들이 최명길을 공격할 때 명길을 보존한 것도, 김류가 강화도로 피하시라 권했을 때 늙고 병든 사람을 먼저 보내라고 하신 것도 전하시다! 헌데 아무도 모르지. 아무도 몰라. 한편에선 전하께서 오랑캐의 비위를 맞추지 못해 침략을 당했다 욕하고 다른 쪽에선 오랑캐의 비위를 맞추느라 허리를 굽혔다 손가락질한다. 대관절 어찌해야 저들이 전하를 능멸하는 것을 그만두겠는가! 어찌해야!
장현
헌데 저하께 오선 왜 이리 화가 나신 거시옵니까? 저하야말로 적을 막아 내지 못한 전하를 무능하다 여기시옵니까?
소현
닥쳐!!
장현
아니옵니다, 저하. 전하께서 무능하여서 저들이 조선을 침략한 것이 아니옵니다. 소인 저들과 오랫동안 장사를 하며 느낀 바로는 저들은 명과의 결전이 다가올수록 후방의 조선을 견제하고 조선의 식량과 병사를 얻기를 원했으니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조선을 침략했을 것이옵니다. 조선의 임금과 조정이 무능하고 나약해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말들은 그저 전쟁의 책임을 조선에 떠넘기려는 저들의 술책일 뿐이옵니다. 저하마저도 저들의 간교한 술책에 넘어가시렵니까? 하오나 저하 칸은 누구보다 교활하고 치밀한 자이옵니다. 칸은 형제들과의 아귀 다툼 속에서 성장했지요. 아버지 누르하치가 큰 형님을 죽이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하여 칸이 된 후에 가장 먼저 한 일 역시 자신의 정적이 될 도르곤의 어머니를 순장시킨 일이었지요. 저하가 상대하는 자들은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이들이옵니다. 저들은 살기 위해 아들도, 형제의 생모도 죽일 만큼 절박한 자들이옵니다. 그런 자들에게 저하의 목숨값이 어떻겠나이까? 오랑캐들과 싸워진 이후 조선의 선비들이 이제 조선의 백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떳떳하게 죽거나 비굴하게 사는 일뿐이라 했었지요. 저하께서도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소현
허면.. 다른 길이 있단 말이냐?
장현
예.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길이지요. 오랑캐를 직시하고 담대하게 살아내는 길입니다. 비굴할 틈도 죽을 새도 없습니다. 사셔야죠. 잘 살아서 장차 좋은 날을 보셔야지요.
장현의 말을 듣고 깨달아가는 소현세자입니다. 점점 정치를 하기 시작하죠. 한편, 인조는 그런 소현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합니다.
박대는 유기그릇을 도적들한테 다 빼앗기고 길채는 유기그릇을 되찾기 위해서 도적들을 찾아가지만 이미 대다수 다 팔아버리고 한 벌 밖에 안 남았습니다. 은애는 아버지한테 쓸 유기그릇까지 내놓았고 길채는 본인이 직접 파려고 합니다.
양가댁 부인
유기는 필요한데 지금 유기값을 쳐 줄 쌀도 면포도 없소.
길채
쌀 말고 가진 장신구는 있으시지요? 그걸로 대신하셔도 됩니다. 최상품 유기 두 벌입니다. 이것으론 부족하지요.
종종
애기씨!! 그릇 두 벌로 족히 네 벌 가격을 받으셨어요! 그런데 요새 같은 때에 누가 옥 가락지, 은 비녀를 살까요?
길채
기방에 갈 거야! 이걸 사 줄 사람들은 기녀들 밖에 없으니까
종종
에구머니나! 애기씨가 무슨 기방 출입이에요? 이번엔 진짜로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가족들의 먹여 살리기는 것이 양반의 체면보다 더 중요하죠! 길채에게는요.
기녀 1
에이, 난 또 뭐라고~ 은비녀, 옥가락지야 우리한텐 흔한데 뭐
길채
흔해도 이건 양가 댁 마님이 직접 쓰시던 물건이라네! 세공이 남달라
기녀 1
아이고! 양반들이 쓰면 은가락지가 금가락지라도 된다던가?
길채
이건 어떤가?
기녀 2
허면 그거 꽂고 우리 기녀들처럼 춤을 좀 춰보시면 어떠실까요? 어울리는지 봐야지요
종종
그만 두시...
길채
그럴까? 어떤까? 반짝반짝 빛이 나지?
거상 김만덕이 떠올랐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기녀 3
제가 사지요. 얼마를 쳐 드리면 좋으시겠소?
길채
물건값보다 이 기방에 청 나라 사신들이 자주 행차한다지? 혹 들은 이야기는 없는가?
기생 3
조선 청역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그런 얘기를 입 밖에 떠들었다가 무슨 치도곤을 당하려고
길채
절대 자네에게 해가 되지 않게 하겠네. 그저 이번에 사고자 하는 물목이 무엇인지 그것만 알려주게
과거 장현과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똑똑한 길채지요.
[ 과거 길채와 장현 ]
길채
오랑캐 상대로 장사하는 게 그리 이문이 큽니까?
장현
크지! 물론 작은 노력은 해야겠지만
길채
작은 노력이요?
장현
일단! 일꾼 못 구해서 발 동동 구르는 밭주인을 미리 찾아 선점을 하는 게지. 밭주인은 농작물이 썩히지 않아 좋고 나는 물건을 싸게 사서 좋고
[ 얼마 전 생강 밭 ]
길채
지금 생강을 캐지 않으면 다 썩겠습니다. 왜 생강을 캐지 않으시오?
밭주인
난리통에 자식들 다 죽었소. 일꾼도 부릴 수 없어 다 썩어갑니다. 생강이 필요하시면 캐 가시고 알아서 값을 쳐주십시오.
길채
저희 일꾼들이 수확해 드리지요. 생강값도 쳐 드리겠습니다. 대신 이 밭에 있는 생강을 다 파십시오.
길채의 수완으로 어마어마한 이윤을 남겼죠!
길채
내가 잘못하여 겨우 세 가마니를 벌었으니 약조한 반 절이 아니라 이 세 가마니를 모두 그대들과 나누겠습니다. 유기그릇을 불려 쌀 세 가마니를 만들었소. 물론 처음 약조한 것과는 다르지만 한 번만 더 내 수완을 믿고 나와 함께 일할 생각이 없습니까?
이제 장사 수완이 늘어난 길채입니다. 장도도 팝니다.
[ 길채와 장철의 만남 ]
혹시 미래의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만남일까요?^^
길채
어르신. 서원에서 공부하는 분들에게 먹과 종이를 대고 싶습니다. 받아주시겠습니까?
장철
재물로 내 환심을 사겠다는 것이오?
길채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예전 제 아버지와 은애 아버지가 작은 서원을 세워 학동들을 가르치셨습니다. 남 수찬 나리도 그곳에서 공부하셨지요. 난리 중에 은애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제 아버지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십니다. 이제 다시는 학동들을 가르치시던 두 분의 낭랑한 음성을 들을 수 없지요.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동들과 어르신을 보니 예전 제 아버님을 보는 듯 반가웠습니다. 종이와 벼루는 제 아버님에 대한 마음입니다. 받아주십시오.
길채는 대장간에서 일을 하고 장현의 환상을 봅니다. 그리고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하죠. 이런 철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환상 속 장현
내 말했지? 비실한 유생들 몇 보단 낭자 한 명이 훨씬 더 듬직하다고
길채
예. 이제 보십시오. 내가 내 사람들을 어찌 먹이고 입히는지
이제 길채는 정말 장현을 보내주려고 합니다.
길채
이제는 오지 마셔요. 난 이승에서 산해진미도 맛보고 조선 팔도 좋은 구경 다 하며 천수를 누리다 갈 생각이니.. 우린 나중에.. 아주 아주 먼 뒷 날에.. 다시 만납시다.
하지만 알죠? 저렇게 해도 잊히지 않는 인연이 있다는 것을요^^
곧 다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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