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밥을 뿌린 게 수철이 와이프네요. 은성과 한패이고 무슨 일을 꾸미는 듯싶습니다.
해인과 현우는 마음을 확인하는 키스를 나눈 후 빠져나가던 중 해인의 스카프가 떨어졌고 주으면서 해인은 남자아이를 봅니다.
현우
왜 갑자기 컵라면을 먹겠대?
해인
먹어보지, 뭐! 환경 호르몬과 MSG 범벅이겠지만 한 번도 못 먹어보고 죽으면 좀 억울할 것 같거든
현우
이대로 3분만 기다리면 돼
해인
그럼 3분 정도만 이야기할게. 따로 시건 내서 얘기하면 너무 진지해 보이니까 컵라면 익을 동안만. 당신이 좀 해 줬으면 싶은 것들.
현우
말해
해인
나중에 제사 이런 거 지내지 마, 진짜. 제사 음식 중에 내가 좋아하는 거 하나도 없어. 정 기념하고 싶으면 뷰 좋은 데에서 와인마시면사 내 생각해. 테이블에 헤르키아 신상 백 두어 개 올려놓든가?
현우
지금 병원에서 퇴짜 한 번 맞았다고 이러는 거야? 거기서 의외로 또 좋은 소식이 올 수 있는 거고..
해인
부고 기사.. 이런 거 신경 좀 써 줘? 미담 기사 이런 거 찾아서 좀 넣어 주고
현우
미담이 어딨어..
해인
찾아봐! 없지는 않아! 그리고
현우
또 있다고?
해인
내 장례식장에서 정신 놓고 있지 마! 거기 아마 나랑 안 좋았던 애들 다 올 거야. 현주, 정미, 은진이, 예나 그런 애들 오면 뭐라고 하는지 잘 좀 들어봐.
현우
잘 들어서?
해인
이상한 소리 하면 싹 다 고소해 줘! 사자명예훼손죄 이런 거?
현우
내가?
해인
그럼 내가 해? 난 관짝 속에 있을 텐데?
현우
아! 좀…
해인
내 생각에는 아무도 안 울 것 같아. 당신은 좀 울어. 울 거지? 이왕이면 사람들 많이 볼 때! 카메라 돌아갈 때면 더 좋고?
현우
내가.. 울었으면 좋겠어?
해인
음.. 마음이 딱 반반이야. 슬퍼해줬으면 좋겠는데 또 너무 슬퍼하는 건 싫고 날 영원히 기억해 주는 것은 약간 부담스러운데 날 금방 잊어버리는 건 열받고.
현우
어쩌라고..
해인
그냥 날 아까워해 주면 좋겠다?
날 없는 세상을 아쉬워해 주면 좋겠다…
현우
그만해. 3분 다 됐어
해인
마지막. 나 유언장이 있어. 결혼 전에 써둔 거야. 엄마가 그거 안 쓰면 절대 결혼 허락 안 해준다고 해서.. 당신한테 한 푼도 안가. 그게 내 유언장이야. 근데! 고칠 거야. 그땐 이런 말 할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지 몰랐지.. 그냥 쓴 거였어.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표정 왜 그래? 섭섭해?
현우
아니.. 고마워.. 고쳐준다며. 그렇게 고쳐 줘. 근데 지금은 안돼. 절대로
해인
그럼 언제?
현우
나중에.. 당신 완치 판정받으면 그때! 지금은… 먹자. 3분 넘었어.
고모는 치료받으러 가있는 해인이 걱정이 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오빠를 보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현우
죄다 독일말이네?
해인
아무래도 독일이니까?
현우
아, 끌까?
해인
난 이 방에서 잘게. 당신은! 편한 대로 해
현우
아, 난 저 방 쓰라고?
해인
하... 누가 그러래? 당신 편한 대로 편한 대로 하라고. 편한 대로. 당신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마음 가는 대로!
해인
왜?
현우
나 오늘.. 아니.. 오늘부터.. 너랑 같이 자면 안 돼? 역시 아직 불편하구나..?
해인
내가 언제 불편하댔어? 나 아무 말 안 했잖아 섣부르게 단정 짓지 마. 나 지금 약간 생각 중이니까?
현우
어! 그래! 생각해!
해인
흠! 그러니까. 오늘만? 아니면 오늘부터 쭉, 막 계속?
현우
오늘부터 쭉 계속...
해인
하! 콜
현우
뭐?
해인
콜!!!
현우
아~~ 콜! 콜이라고~
해인
하.. 진짜~
해인
김예나 알지? 헤르키나 파티에서 본 그 로열 대표. 걔가 지난주에 교통사고가 났대. 잠깐 기절을 해가지고 응급실에 갔는데 남편이 득달같이 달려왔더래. 변호사랑 같이. 지 와이프 죽는 줄 알고! 숨 붙어 있을 때 사인받을 거 받는다고 아주 어찌나 절박하게 의사한테 지금 죽으면 안 된다고 꼭 사인을 받아야 할 게 있다고 유언장 바꿔야 한다고 명의 바꿔야 한다고 난리를 쳤는지 기절했던 예나가 시끄러워서 일어났다더라고! 내가 그놈 그럴 줄 알았어! 얼굴도 살색 슈랙처럼 생겨 가지고!! 하는 짓도 몬스터 아니야? 지 와이프가 죽네 사네 하는데 돈 생각만 나? 하.. 죽일 놈...
현우
아.. 죽.. 죽일 것 까지야..
해인
하긴, 예나 남편만 그러겠어? 이 바닥에서 누가 죽었다고 그러면 제일 먼저 나오는 얘기는 하나지. '그래서 그 재산은 다 어디로 간대? 현금은? 부동산은? 주식은? 상속세는?' 와이프 장례식 때 남편이 화장실 가서 웃는다는 얘기가 괜히 나왔겠냐고? 세상이~다 당신 같지 않아~ 내가 아프다고 이야기했을 때 당신 첫마디가 뭐였는지 기억나?
과거 현우
사랑해 홍해인 사랑한다.
해인
사랑해
현우
그랬나?
해인
당신 알아? 그 한마디가 날 얼마나 안심하게 했는지.
현우
아니 뭐, 말 한마디에 그렇게까지 큰 의미를 두지...
해인
혹시라도 숨은 잘 쉬는지 노심초사, 기침만 해도 호들갑, 유언장이며 명의며 재산이며 이딴 거 관심도 없었지. 묻지도 않았고. 그저 내 걱정에 밤을 새웠지~ 이런 남자가 내 남편인 거잖아!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디 있겠냐고
현우
응, 그러게 어디 없겠지...
해인
급기야 내 걱정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오다니
현우
아무래도 그.. 직항이 있으니까
해인
내가 남편 복 하나는 있다니까?
현우
아... 아니야.. 넌 그게 제일 없어..
현우는 잠자고 있는 해인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현우는 미리 해인이 갈 병원에 의사와 치료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거래를 했네요. 그레이스는 해인 엄마에게 현우를 이간질합니다. 해인이 용두리에 왔다간 이후로 유튜브를 통해서 용두리가 떡상하고 있네요.
[독일]
여자
Hi~
해인
응, 늦었어. 이미 유부남이야. 한 5년 빨리 나타나지 그랬니? '고 어웨이' 하렴.
현우
여기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하네. 좋은 문화 같아
해인
좋겠네? 국내외로 안 먹히는 데가 없어. 용두리 교장 딸부터 해서
현우
교장 딸? 소영이?
해인
아~ 교장 딸 이름이 소영이야? 그렇게 착했다며? 예쁘고!
현우
글쎄 뭐
해인
귀엽고, 똑 단발에
현우
아, 뭐 단발머리기는 했지
해인
아~ 당신 누나가 말하던 그 첫사랑?
현우
아, 무슨 첫사랑이야~
해인
가족까지 다 아는 사이면 미래를 약속한 사이 아닌가?
현우
뭔 미래를 약속해? 점심 약속도 해본 적 없어. 같이 뭘 해 본 게 없는데 무슨 첫사랑..
해인
뭘 꼭 같이 해야 첫사랑이야? 그냥!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고!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생각이 나고! 괜히 얼굴 한 번 보려고 길도 막 돌아서 가고 그런 게 다 처음이면 첫사랑이야!
현우
꽤나 구체적이네? 그런 적이 있었나 봐?
해인
있기는 있었지?
현우
멀리서 바라만 봐도 좋고 생각도 막 나고 길도 막, 막 돌아가고?
해인
그렇지?
현우
하하.. 하하.. 누군데?
해인
있어. 여자라면 한 번쯤 다 갖게 된다는 버스맨
현우
버스맨? 너 학교 다닐 때 버스 타고 다녔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레이스는 일을 꾸미려 퀸즈의 cctv를 다 꺼버리고 현우의 방을 뒤져서 이혼서류를 발견합니다. 그걸 아직 모르는 현우와 해인은 과거 신혼여행 때 걸어놨던 자물쇠를 찾고 데이트를 하네요.
현우
찾았어?
해인
여기 맞아?
현우
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해인
3년 전에 걸어놨던 건데 다 갖다 버린 거 아니야?
현우
그런가?
그렇게 오랜만에 둘이 같이 한적하게 걷습니다.
해인
시간이 저렇게들 많나? 지금 저 사람들 멋대가리도 없고 평범한 분수대 앞에서 햇볕이나 쪼이면서 시간을 버리고 있잖아. 한가롭게 비둘기한테 빵쪼가리나 나눠주면서
현우
쉬는 거지. 아무 쓸모없는 일들 하면서
해인
그러니까~ 쓸모없는 일들로 시간낭비하고 있잖아. 자기들은 시간이 많아, 이건가? 사치스럽네!
상인
행운을 팝니다. 행운을 사세요. 행운을 잡으세요
해인
지천인 토끼풀을 잡아서 돈을 벌려고 하다니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네. 어떤 호구가 이런 걸 산다고
상인
독일에서는 네 잎클로버는 특별한 행운을 드립니다.
해인
(영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독일 클로버라고 특별한 게 있나요?
상인
(영어) 독일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게 몇 가지가 있습니다. 굴뚝 청소부를 만나면 그날의 운이 좋고 무당벌레를 만나면 일주일이 운이 좋죠. 그런데 만약 네 잎클로버를 만난다면 일 년 운이 좋죠. 하나 드릴까요?
현우
사려고?
해인
그냥 재미로. (영어) 얼마죠?
상인
(영어) 2유로요.
해인
풀 하나에 폭리를 취하네. (영어) 거스름돈은 됐어요.
상인
(영어) 당신에게 행운을..
[병원]
현우
표정이 왜 그래?
해인
내가 너무 놀라가지고 지금... 몸무게가.. 3kg 늘었어. 저번에 서울병원 갔을 때보다 무려 3kg! 보통 아프면 빠지지 않아?
현우
아니, 이 와중에 그게 중요해?
해인
당신이 뭘 알겠어? 3개월 남았다는 소리 따위 들어 보지도 못했을 텐데.. 사는 내내 예뻤는데 남은 시간 동안 안 예쁘면 어떡해? 당신은 그 모습으로 날 기억할 거 아니야? 용납할 수가 없다고!
현우
아.. 살이 찌든 빠지든 예쁘다고 하면 안 믿을 거지?
해인
그러니까 살이 찌긴 쪘다는 거지? 두고 봐! 죽을 때까지 이쁠 테니까!
치료를 받으러 가던 중 해인은 한 남자아이를 보고 끌리듯이 그 아이를 따라갑니다. 해인이 오랫동안 안 나오자 간호사에게 물어보고 해인이 사라진 것을 안 현우는 해인을 찾아 헤매다 해인을 찾습니다.
해인
나 얼마나 찾았어?
현우
한 시간 정도?
해인
자꾸만 시간이 사라지네. 안 그래도 별로 없는데
현우
또 기억이 안 나?
해인
그건 아니고. 누굴 봤어.
현우
누구를?
해인
우리 오빠.. 9살 때 여름휴가를 갔다가 보트를 탔는데 원인 불명의 사고가 있었거든. 오빠는 그렇게 죽었어. 어린 아들을 잃어버린 아들은 그 후로 오랫동안 먹지도 자지도 날 용서하지도 못했고 난 오빠한테 미안했지
현우
당신 잘못이 아니야.
해인
알아. 근데 미안한 거는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오빠 대신 살고 있는 것 같았거든.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그 사람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천사가 돼서 내려온대. 날 살려주고 죽은 우리 오빠가... 이제 때가 됐다고 날 데리러 온 거 아닐까?
현우
당신이 맞고 있는 주사약의 여러 부작용 중에 섬망 증상도 있어. 환각이야, 천사가 아니라.
해인
그런 건가?
현우
치료 과정이야. 죽다 살아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래도 살아나야지, 홍해인.
해인
그래야지! 그럴 거야!! 근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 나중에 당신이.. 죽게 되잖아? 그럼 내가 천사가 돼서 데리러 와줄게! 내가 오면 아무래도 덜 무서울 거야
현우
참.. 확실해? 덜 무서운 거?
해인
당연하지! 천사 중에서도 제일 예쁠 건데. 왜?
현우
그래. 꼭 그렇게 해. 지금은 많이 먹자. 많이 먹고 힘내자..
SD카드 복구를 맡겼던 사장은 은성의 사주를 받고 잠적하고 그레이스와 은성은 만대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합니다. 그리고 도청기를 설치하고 일부러 현우 방에 수신기를 놔서 현우를 함정에 빠트립니다. 이 사실을 해인에게 알리지만 해인은 믿지 않습니다. SD카드 사장이 없어 지자 그 앞에 혹시 몰라 주자를 해둔 현우의 차의 블랙박스를 양기가 확보했습니다. 범자는 모슬희가 그동안 신분을 숨긴 사실을 알게 되고 해인 가족들은 현우를 의심하며 현우의 방을 뒤지다가 이혼 서류를 발견하게 됩니다.
현우는 네 잎클로버를 전부 다 사고 가다가 과거 걸어놨던 자물쇠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해인에게 달려갑니다. 해인은 타코를 사서 현우를 만나러 갑니다. 해인은 핸드폰을 키는 과정에서 현우가 작성했던 이혼서류를 발견하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해인
현우 씨! 여기! 뭐야? 뭘 들고 있는 거야?
현우
해인아, 그거 있어! 내가 오다가 봤는데..
해인
아니라고 말해.
아니라고 해.
모르는 거라고 해.
현우
해인아..
해인
말하라고!
아니라고. 넌 모르는 거라고.
현우
내가.. 쓴 거야.. 먼저 얘기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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