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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명대사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 12회 "지나온 나의 날들은 내 기도에 대한 나의 응답이었음을..."

by sonohee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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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웨이브)

희태

 

다음은 신랑 신부의 혼인 서약이 있겠습니다. 저 신랑 황희태는 신부 김명희를 가족으로 맞아 평생 사랑과 존중으로 서로 아끼며 살아갈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신부 김명희 씨도! 우리 말주변 없는 신부 김명희 씨도 맹세합니까?

 

 

명희

 

예.

 

 

희태

 

목소리가 작습니다!!

 

 

명희

 

예!!

 

 

희태

 

좋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의 기도 교환이 있겠습니다. 우리 신부 김명희 씨께서 창작의 고통을 겪으셨다는데요. 먼저 들어볼까요?

 

 

명희

 

다 외우셨다는 신랑 분 먼저 하시죠?

 

 

희태

 

알았어요. 주님, 우리 앞에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어렵게 맞잡은 이 두 손 놓지 않고 함께 이겨 낼 수 있기를.. 무엇보다 더 힘든 시련은 명희 씨 말고 저에게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명희

 

아따 나 대충 썼는디.. 아까는 순장 빈다고 해놓고... 나 김명희는...

 

(출처 웨이브)

아버지 편지

 

그간 명희 네가 부친 돈 모아 둔 통장이다. 명의는 네 이름으로 돼있으니 언제든지 도장만 가져가서 찾으면 된다. 언젠가 명수가 그런 말을 하더라. 달리기 할 때 맨 앞에 달리는 놈은 결국 바람막이밖에 안 되니까 처음부터 제일 앞에 서면 손해라고.. 어쩌믄 이 아비의 삶은 항상 맨 앞에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바람막이 같은 삶이었다. 행여나 너도 나 같은 바람막이가 될까? 모진 풍파에 날개가 꺾일까? 전전긍긍 너를 붙잡기 바빴다. 네 날개는 고 정도 바람엔 꺾이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그냥 두었으면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을 아이였는데.. 네 잘못도 아닌 궂은일들은 제 아부지한테 다 묻어 버리고 앞으론 니 날개가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하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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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웨이브)

희태

 

길이 갈리네요. 이쪽으론 제가 가볼게요. 명희 씨는 저쪽 길 찾아봐요.

 

 

명희

 

그 짝은 선민이가 아까 가지 말랬잖애요.

 

 

희태

 

명수 지도엔 표시가 안돼있어서 어디로 갔을지 몰라요.

 

 

명희

 

그믄 지가 그 짝 길로 갈 텐께 희태 씨는 이 짝 길로 가요.

 

 

희태

 

내 혼인 기도 벌써 까먹었어요? 나 명희 씨 두고 절대 위험한 짓 안 해요. 슬쩍 가서 명수 있는지만 확인하고 올 테니까 5분! 딱 5분만 각자 찾아보고 여기서 다시 만나요. 딱 5분이에요! 5 분 후에 여기서 다시 보는 거예요. 알았죠?

 

 

명희

 

미안해요.

 

 

희태

 

우리 일인데요, 뭐. 이따 봐요.

 

 

 

(출처 웨이브)

명희

 

나 김명희는 황희태의 순장 요구를 거부합니다. 주님. 예기치 못하게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치게 되더라도 그 슬픔에 남은 이의 삶이 잠기지 않도록 하게 하소서. 혼자되어 흘린 눈물이 목밑까지 차올라도 거기에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헤엄쳐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소서.

(출처 웨이브)

희태

 

어김없이 오월이 왔습니다. 올해는 명희 씨를 잃고 맞은 마흔한 번째 오월이예요. 그간의 제 삶은 마치 밀물에서 치는 헤엄 같았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냥 빠져 죽으려고도 해 봤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또다시 그 오월로 나를 돌려보내는 그 밀물이 어찌나 야속하고 원망스럽던지요. 참 오랜 시간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로 살았습니다. 그 해 오월에 광주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광주에서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갈림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살지 않았을까 하고요. 하지만 여기 명희 씨가 돌아와 준 마흔한 번째 오월을 맞고서야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그 해 오월 광주로 내려가길 택했고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좀 더 힘든 시련은 당신이 아닌 내게 달라 매일같이 기도했습니다. 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내가 죽고 당신이 살았다면 내가 겪은 밀물을 고스란히 당신이 겪었겠지요. 남은 자의 삶을요. 그리하여 이제와 깨닫습니다. 지나온 나의 날들은 내 기도에 대한 나의 응답이었음을... 41년 간의 그 지독한 시간들이 오롯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이었음을.. 내게 주어진 남은 삶은 당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거센 밀물이 또 나를 그 오월로 돌려보내더라도 이곳에 이제 명희 씨가 있으니 다시 만날 그날까지 열심히 헤엄쳐볼게요.

 

2021년 첫 번째 오월의 황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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