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그리고 저 너머엔
다은은 다시 용기 내서 시작합니다.
다은
다시 간호사를 하기로 마음먹은 나를 칭찬한다.
수간호사
미리부터 겁먹고 쪼그라들지 마. 내일부터 당당하게 출근해. 알았니?
다은
안녕하세요. 성식님~ 저 다시 복직했어요. 잘 지내셨어요? 아! 근데 기록 보니까 불면증 생기셨더라고요. 어젯밤에 잠은 잘 주무셨어요?
성식
옛날에 있었던 데라 그런지 좀 잤어요.
다은
다행이에요. 혈압 재볼게요. 안 올리셔도 돼요. 어~ 보호자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다은의 입원사실을 알고 있는 성식 보호자는 다은에게 냉랭합니다.
성식 형
뭐 하시게요?
다은
성식님 혈압재려고요.
성식 형
그만하세요. 다른 간호사님들한테 부탁드릴게요.
여환
잘 지냈냐? 몸은 좀 어때?
다은
많이 좋아졌어요. 약도 꾸준히 먹고 있고요.
여환
오랜만에 출근하니까 어때?
다은
좋아요. 근데 마음이 좀 불편해요. 저 병원에 입원했었던 거 선생님들한테 굳이 말씀 안 드렸었거든요. 근데 저 솔직하게 얘기하려고요.
여환
지금은 어떤 불안거리도 안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네 마음이 편해지는 방향으로 뭐든 결정해.
다은은 본인의 입원사실을 본인 입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원치 않게 밝혀졌네요.
다은
침묵이 거짓말은 아니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거짓말이 된다.
동료들은 이해해주고 위로해 줍니다.
다은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그동안 하얀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요. 김서완 님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수연
지금은? 지금은 어떻데? 병원에서 괜찮대?
다은
약만 잘 챙겨 먹으면 일상생활에는 문제없대요.
수연
됐네. 그러면
정란
나한테 얘기를 하지. 그랬으면 내가 뭐, 면회라도 갔을 거 아니야.
들레
하얀 병원 너무 멀지 않아요? 우리 명신대에서 진료받으시지
다은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정란
고생했어. 뭘 울어!
수간호사
마셔~ 놀랐을 텐데
다은
죄송해요. 선생님. 이렇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수간호사
다 내 잘못이지 뭐.. 말하지 말라고 한 건 나잖아. 가능하다면 끝까지 모르게 하고 싶었어. 내가 겪어봐서 알거든. 정신병 환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 따가운 시선, 다은샘까지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 개방병동에 조현병으로 입원해 있는 송애신 환자 내 동생이야. 사람들은 조현병환자가 마치 잠재적인 범죄자라도 되는 듯이 보더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네 스스로를 범죄자로 몰아가지 마. 아파서 그런 거지 죄를 지은 게 아니잖아. 우리 애신이가 너처럼 생각할까 봐 내가 가슴이 찢어지더라.
다은
죄송해요. 선생님
수간호사
또!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아주 달고 살아! 조그라 들지 말라고 그랬지? 어깨 펴고 당당하게 일해. 다은샘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간호사들은 알아. 알았니?
민서가 중요한 말을 하네요. 남들에게도 하면 안 되는 말을 본인 스스로에게 한다고요.
유찬
선생님. 저 언제쯤 약을 끊을 수 있을까요?
민서
왜 끊으려고 하세요?
유찬
지금 이 만큼 나아진 게 다 약 때문인가 싶어서요. 그 말은 약을 끊으면 또 공황이 온다는 거잖아요.
민서
자전거 처음 배울 때 뒤에서 누군가 이렇게 잡아주면 안심되죠? 근데 약도 그래요. 흔들림이 덜 하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약을 끊으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어느 순간 손 놔도 자전거 잘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저절로 약 없이도 일상 잘 생활하실 수 있게 되실 거예요.
유찬
제가 다시 취직을 하려고 하거든요. 근데.. 아 솔직히 좀 두려워요. 공황 올까 봐
민서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유찬
제가 부족한 사람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민서
근데 혹시 누가 유찬님한테 '모자라다', '부족하다' 그렇게 얘기한 적이 있나요?
유찬
아니요. 그런 건 없어요.
민서
그럼 그 말은 누가 한 걸까요?
유찬
제가요.
민서
다른 사람한테도 하면 안 되는 말을 그동안 본인 스스로한테 하고 계셨네요?
유찬
그러네요...
다은은 다시 출근하기 시작하고 고윤을 마주칩니다. 좀 민망하죠?
고윤
간호사 안 한다더니 다시 출근하나 봐요?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출근 안 한다고 했다가 출근했으니까 나보고 싶지 않다는 말도 다 리셋인 거죠?
성식은 본의 아니게 자기 때문에 난처해진 다은에게 미안해합니다. 다은은 그런 성식에게 괜찮다고 위로해 주죠.
다은
네. 잘하셨어요.
성식
죄송해요. 선생님. 저희 형 때문에... 저는 그냥 선생님 만나서 반가웠다고 이야기한 건데
다은
성식님 제가 예전에 이야기했던 거 기억하시죠? 모든 걸 본인 잘못으로 돌리지 마세요.
병희 어머님은 굉장히 강경하시네요.
병희 모
병희가 배가 아프다는데 봐주시겠어요?
수연
잠시만요. 내가 스테이션 지킬 테니까 다은샘 다녀와.
병희 모
아니요 아니요. 정다은 선생님 말고요. 선생님이 좀 봐주세요.
수연
아. 죄송하지만 보호자님. 박병희 님은 정다은 선생님 담당 환자분이라서요.
병희 모
아유.. 그걸 누가 몰라요? 아유.. 계속 답답한 소리들만 하시네요. 아니. 간호사를 바꿔달래도 바꿔 주지도 않으시고..
수연
저기요. 보호자님. 병원에도 규칙과 절차라는 게 있어서요. 이해부탁드릴게요.
병희 모
아이 키우시죠? 아이 선생님으로 여기.. 아픈 사람이 와도 괜찮아요? 아픈 사람한테 어떻게 아픈 아이를 맡겨요? 자꾸 이렇게 반응하시면 저도 계속 이 병원에 계속 못 있어요.
수연
저도 아이 키워요. 근데 저는요. 오히려 그런 선생님이 우리 애 봐준다고 하면 고마울 것 같아요.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 마음 가장 잘 아는 법이거든요. 그런데도 정 불편하시면 다른 병원 알아보셔도 괜찮습니다. 퇴원 절차 밟아드릴까요?
병희 모
아,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다은
선생님..
수연
됐어. 일해
그래도 다은은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잘 버텨냅니다.
다은
오늘도 꿋꿋하게 쪼그라들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병원 앞 피켓 시위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들레
괜찮으세요? 옷 말고요.
다은
솔직히 괜찮지 않지. 근데 버틸 만 해.
들레
그냥 간호사 관두시면 안 돼요? 환자 때문에 우울증까지 겪으셨잖아요. 그 힘든 걸 극복하고 다시 환자 잘 돌보겠다고 온 사람한테 대접이 겨우 고작 이거고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버티시는 건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돼요.
다은
들레샘은 간호사 왜 해? 나도 처음부터 봉사정신, 희생정신 뭐, 그런 거 때문에 간호사 된 거 아니야. 근데 왜 살다 보면 좋아지는 게 있잖아~
겪어보면 좋아지는 거.. 나한테는 간호사가 그래. 하면 할수록 설레.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 져. 그래서 더 좋은 간호사가 되고 싶어.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거 같아. 그게 내가 버티고 있는 이유고
내과 수간호사 선생님이 응원해 주네요.
내과 수간호사
너 잘못한 거 없다. 그러니까 괜히 졸지 마.
수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보호자 분들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병희 모
저, 수선생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정다은 간호사님이요. 계속 이렇게 두실 거예요?
수간호사
네
성식 형
정다은 선생님이 직접 말씀해 보세요. 우울증으로 하얀 병원 보호 병동에 입원했었죠?
다은
네. 맞습니다.
병희 모
다 나으셨어요?
다은
아니요. 퇴원 후에도 약은 꾸준히 복용하고 있습니다.
병희 모
그러니까 우울증이라는 게 언제 재발할지도 모를 일이고 자칫하다가 환자들한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아픈 분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인 것 같은데요.
수간호사
간호부 대표로서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병희 어머님. 아픈 사람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거 자체가 욕심인 거 같다고요? 그럼 병희 님도 평생 집에서만 숨어 살아야겠네요. 성식님도 평생 회사는 못 다니시겠네요. 다른 환자분들 모두 평생 사회생활 못하고 집 안에서만 계셔야겠네요. 그렇죠?
보호자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수간호사
왜요? 내 가족한테 이런 말 하니까 마음이 아프세요? 가슴이 찢어지세요? 근데 방금 보호자님께서 하신 말씀 모두 환자분들이 병원에서 나가면 들어야 되는 얘기들입니다. '아픈 사람을 왜 회사를 다니게 해?', '그러다가 중요한 일 망가지면 어떡하라고?', '아픈 애들을 왜 학교를 다니게 해? 일반학교를?', '다 그거 부모 욕심 아니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우리끼리는 그런 말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겪어보셨잖아요. '왜 하필 우리 애가', '왜 하필 우리 가족이', '왜 하필 내가'!! 정신병이라는 건 그런 겁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병이요. 본인들만 안 아플 거라고 장담하지 마세요.
병원에서 다은을 보호해 줍니다. 사실 관리되고 있는 우울증이 문제가 될 것은 없잖아요.
홍보팀장
보호자분들 그만하시죠! 병원 측에서도 정다은 선생님은 간호사로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했고 계속 일하실 수 있는 방향으로 공식 입장을 정리를 했습니다.
보호자
아. 됐고요. 병원장님 만나게 해 주세요.
홍보팀장
예. 병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만이 있는 보호자분들께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실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둘은 시작합니다.
고윤
어! 다은샘
다은
이제 퇴근하시나 봐요.
고윤
아.. 네네.. 이거 혹시 우연이예요?
다은
음.. 아니요?
고윤
저 기다리셨어요? 왜요?
다은
음... 보고 싶어서요.
이삿짐이 풀려있지 않은 집을 보고 애신은 눈치를 챕니다. 장애가 있어도 마음은 있으니까요.
애신
언니. 왜 짐을 안 풀었어?
수간호사
어.. 아 바빠서. 곧 풀 거야. 집구경은 나중에 하고 짐만 놓고 언니랑 어디 좀 가자.
저렇게 말하는 애신을 보고 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요?
수간호사
안녕하세요. 부녀회장님. 저희 동생 좀 인사시켜 드리려고요. 인사해 애신아
애신
안녕하세요. 송애신이라고 합니다.
수간호사
이웃지간에 얼굴은 트고 살아야 될 거 같아서요. 앞으로 종종 인사해요.
애신
제가요. 집에만 있을게요. 놀이터에도 안 갈 거고 어린이집 근처도 안 갈 거고 집에만 있을게요. 그러니까 언니랑 저랑 여기서 살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다은은 다시 활기차게 시작합니다.
다은
간호복에 얼룩이 묻는다고 간호복이 아닌 것은 아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내가 간호사가 아닌 게 아닌 것처럼 편견과 낙인이라는 얼룩도 언제 어디서 생긴 지 모를 크고 작은 얼룩도 흉터에 가려져 얼룩인지도 몰랐던 얼룩도 내가 스스로 엎지른 물 때문에 생긴 얼룩도 모두 깨끗이 씻어내고 털어버리자. 다 마르고 뽀송해질 내일을 그리고 언젠가 올 깨끗한 아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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