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걸어갈 수 있을까?
지안
정다은 님 오늘 아침 산책은 어떠셨나요?
다은
혼자 걷고 싶었는데 다른 환자분한테 방해받은 느낌이었어요.
지안
싫다는 말은 안 하셨어요?
다은
그러다가 그 사람이 기분 나빠하면 어떡해요?
지안
다른 사람 마음이 걱정되세요?
다은
네, 저는 제 주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지안
다은님 본인은요? 본인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신 적은 있으세요?
다은
내가 슬픈 것보다 엄마를 슬프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늘 나보다 친구가 먼저였다. 친구가 좋아하는 것들은 그렇게 잘 알면서 정작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정작 나를 돌보는 데는 소홀했다. 지금 구해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다은
행복해지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안
한번 이기적으로 살면 어떨까요? 남들이 기분 나쁠지 어떨지 생각하지 말고 정다은 님이 원하는 대로 한번 해보는 거예요. 칭찬 일기를 써볼까요? 자기 자신을 칭찬해 주는 거예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아요. 생각나는 대로 마음껏 적어보세요.
다은은 점점 자신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다은
남에게 다른 생각한 나를 칭찬한다. 실내화를 가지런히 놓은 것도 칭찬했다. 식사 시간에 환자복에 음식이 튀지 않은 것도 칭찬했다. 그런 칭찬을 하는 내 자신을 또 칭찬했다. 남에게 받는 칭찬보다 스스로 칭찬할 때 더 뿌듯해진다는 걸 알았다. 아침이 오는 게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수간호사
다들 놀랐지? 송애신 환자 내 동생이야.
정란
보호자 성함에 선생님 이름이 없어 가지고 몰랐어요.
수간호사
보호자는 우리 부모님이지. 사인만 하시고 그냥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셨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느라고 매우 바쁘시거든.
수연
미리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좀 더 살폈을 텐데..
수간호사
아이고~ 지금까지 해준 것만으로 충분해~ 다들 환자 생각 얼마나 하는지 내가 옆에서 봤잖아! 가족도 그렇게 못해.
정란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어요.
수간호사
애신이 보다 더 힘들겠니? 애초에 내가 애신이 때문에 간호사 된 거야. 나도 처음에는 좀 예민한 얘인가 했는데 간호대 가고 알았어. 그게 조현병이었다는 거..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한 거고.. 더 빨리 알았으면 병원에 빨리 데리고 갈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좀 늦었지..
수연
대부분의 가족들이 그렇잖아요. 잘 모르기고 하고 인정하기도 쉽지 않고요.
수 간호사
그동안 약 빼먹는 줄도 모르고 저렇게 상태가 나빠지게 했으니까.. 다 내 잘못이지 뭐.. 그동안 이사다 뭐다 정신이 없었거든~ 좀 멀더라도 공기 좋은 곳으로 가보려고. 그게 애신이 한 테도 좋을 것 같고
지안
칭찬 일기를 써보니까 좀 어떠신 것 같아요?
다은
묘했어요. 저는 한 번도 제 스스로를 칭찬해 준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요 선생님... 약도 먹고 일기를 쓰고 저를 잘 돌보게 됐다고 해서 완전히 나아진 건 아니겠죠? 원래 정신병이라는 게 드라마틱하게 회복되지가 않잖아요.
지안
잘 알고 계시네요. 음,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고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고 밤에 잘 자고 이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회복이라고 봅니다. 그 후에는 퇴원을 권고해 드리고 있어요. 기분이라는 건 완전히 사라질 수가 없어요. 약 먹고 관리하시면서 기분을 컨트롤하는 연습을 하셔야 해요.
다은은 수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수선생님은 아무렇지 않게 출근하라고 하죠. 다은은 한결 마음이 편안합니다.
다은
선생님, 저 다은이에요.
수간호사
아, 다은샘 몸은 좀 어때?
다은
이제 괜찮아요. 곧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선생님
그래. 걱정 많이 했는데 잘 됐네. 퇴원하면 바로 출근할 거니? 출근해~ 다은샘 빈자리가 너무 커. 다른 선생님들 다 기다리고
다은
다른 선생님들한테 말씀 안 드려도 될까요? 저 입원했던 거요.
수선생님
내가 아는데, 뭐~ 굳이 말 안 해도 돼. 다른 걱정은 말고 지금은 건강에만 신경 써. 퇴원하고 병원에서 보자~
다은
엄마, 엄마! 수 샘이 나 퇴원하면 바로 출근하래!
다은 모
어머. 바로 출근하래? 어머, 잘됐다! 간호복 빨아놔야겠네! 뭐 더 필요한 건 없어?
다은
아마 나 없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뭐라도 해 드리고 싶은데...
다은 모
엄마가 떡 할까?
다은
아우! 싫어~아니다!! 엄마 해줘! 그거 쑥개떡으로! 나 치킨 먹고 싶어!!
유찬
알았어! 네가 좋아하는 프라이드치킨으로 100마리 튀겨줄게!!
다은
후라이드는 네가 좋아하는 거고~ 난 양념치킨 좋아해~
유찬
언제부터?
다은
태어났을 때부터 쭉~
유찬
아, 그랬나? 알았어. 양념치킨 100마리 튀겨줄게!
다은
고마워. 나 없는 동안 우리 엄마 챙겨줘서
유찬
아, 뭐. 너라도 그랬을 거잖아. 아! 너 출근한다니까 어머니가 엄청 좋아하시더라. 우리 엄마도 그러려나? 우리 엄마 그동안 많이 참았나 봐.. 은근히 취직 다시 하기를 바라는 눈치더라고..
다은
너는 어떤데? 다시 회사 갈 마음은 있어?
유찬
가고 싶지.. 근데.. 무서워서.. 또 회사 가면 공황 올까 봐
다은
괜찮아지면 그때 해.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유찬
평생 안 괜찮아지면?
다은
그냥 그대로 사는 거지, 뭐! 근데 안 그럴 거야. 넌 내가 있잖아. 잘 이겨낼 거야. 너 베프니까 내가 보증한다!
우연히 병원에서 예전 담당환자였던 성식님을 만납니다. 그리고 성식님이 명신대로 다시 전원 된다고 하자 자신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불안해하죠.
다은
많이 놀라셨죠? 그동안 좀 안 좋았어요. 성식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성식
저는 계속 안 좋아서 병원만 옮겨 다녔어요.
다은
근데 얼굴이 좀 부으신 것 같아요.
성식
신장이 안 좋대요.
다은
치료는 받아보셨어요?
성식
큰 병원 가라셔서 다시 명신대로 가요. 저 곧 전원가요. 명신대로
인심이 좋다는 것의 정의를 잘 모르겠습니다.
수간호사
덕분에 감사해요.
관리 사무소
아유, 뭘 이런 걸 사 오셨어요~
수간호사
아, 별 거 아니에요. 승강기 사용료도 안 받으셨는데요.
관리 사무소
입주자 대표 회의 때 이사 시 승강기 사용료는 무료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다들 인심이 좋으시거든요. 아 참! 오신 김에 입주자 카드 하나 작성해 주세요. 이름, 나이, 직업, 특이사항 적어주시면 돼요. 강아지랑 고양이를 키우신다거나 주의할 만한 거 적어주시면 돼요.
수간호사
주의할 만한 것들이요? 실은 동생이 좀 아파서요. 음... 조현병이에요.
관리 사무소
아.. 저 근데 이런 건은 제 소관 밖인 것 같아요. 주민분들께 양해를 구하셔야 될 것 같아요.
수간호사
그럼 부녀회장님한테 제가 말씀드릴게요.
수간호사
부녀회장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부녀회장
네.. 이게 근데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어서요. 입주민 회의한 후에 이사 결정하시죠.
수간호사
집도 이미 계약했고 이사도 마쳤는데 사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부녀회장
사람 사는 게 어디 법으로만 되나요. 특히나 이 동네에는 애 있는 집도 많고 여자 혼자 사는 집도 많거든요.
수간호사
근데 제 동생이 범죄자는 아니거든요. 제가 그럼 다른 분들한테 동의서 받아올까요?
주민들
우리 애가 수험생이라서요. 중요한 시기인데 소란스러운 일은 없겠죠? 뉴스에서처럼 그럼 위험한 일은 없겠죠? 우리 애가 아직 어려서요. 좀 불안해서요. 죄송합니다. 아... 사실 무섭기는 좀 해요. 다른 분들은 괜찮으시대요?
수간호사
뉴스에 나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에요. 약을 안 먹어서 그런 거고요. 제가 정신과 간호사니까 약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정란
이사하겠다는데 그 사람들 허락이 왜 필요해요? 내 돈 주고 내가 이사를 하겠다는데 왜 다른 사람들한테 고개를 숙여야 되냐고요.
수간호사
열 좀 식혀. 왜 나보다 더 열을 내
수연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
정란
화가 안 나세요. 그러면은?
수간호사
우리는 잘 알지만 사람들은 그 병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
수연
그래도 이삿짐은 푸셔야죠. 그거 언제 푸시려고요?
들레
정 그러면 경찰에 얘기해 보는 건요?
수간호사
법대로 하면 야 살기는 살겠지.. 근데 가뜩이나 눈치 보일 텐데 그렇게 하면은 더 보이겠지? 쓰레기 버리러 갈 때나 마트 갈 때나.. 집 밖에 나오는 게 어디 눈치 보여서 제대로 나오겠니. 내 집에서 감옥처럼 살기 싫다 나는..
고윤은 다은이 퇴원한 것을 알고 다은집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다은 엄마의 도움으로 다은을 만납니다.
고윤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다은
그러게요. 잘 지내셨죠?
고윤
아니요, 병원에 다은선생님 없잖아요. 심심해 죽을 뻔했네.
다은
병원 알아봐 주신 거 감사해요.
고윤
건강은 좀 괜찮아요? 약은 좀 맞아요?
다은
선생님, 우리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어요. 저 선생님 보기 싫어요. 쪽팔려서요. 제가 망가진 모습 선생님이 본 것도 창피하고요, 제가 정신병원에 있었다는 걸 선생님이 알고 있는 것도 창피해요. 제가 죽으려고 했다는 걸 선생님이 알고 있는 것도 창피하고 지금 이렇게 앉아서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있는 제 모습도 너무 창피하고 쪽팔려요. 선생님 볼 때마다 생각날 것 같아서 그것도 싫고요. 그러니까 그때 못했던 대답 지금 할게요. 제 앞에 나타나지 말아 주세요.
고윤
어떻게 그럽니까? 계속 봐야 할 사이인데.
다은
얼굴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거예요. 어차피 전 간호사 그만 둘 거거든요.
고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간호사 일을 좋아했잖아요.
다은
정신과 치료받은 사람이 정신과 간호사를 어떻게 해요.
고윤
그럼 내가 항문 치료를 받으면 더 이상 항문 외과 의사가 아닌 거예요?
다은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고윤
똑같아요. 나한테! 내가 사람 잘못 봤나? 보면 항문 외과 환자하고 정신과 환자들의 공통점이 꼭 있어. 왜 병을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숨기고 피하려고만 해요? 병은 그냥 병일뿐이잖아! 적어도 다은샘은 나 다를 줄 알았는데.. 내가 왜 다은샘.. 아니 다은씨를 좋아하는지 알아요? 다은씨의 그 반짝거림이 너무 좋았어요. 환자를 바라보는 눈...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반짝거리고 이뻐서.. 물론! 단순히 그 걸로만 다은씨를 좋아한 건 아니야!! 아니지만! 지금 다은씨 하나도 반짝거리지 않아요.
다은
그때와 전 지금 달라요.
고윤
다르지 않아요. 다시 반짝거리면 돼요.
다은
그게 쉬울 것 같아요? 제가 조금만 우울한 모습 보여도 "어? 이 사람 다시 우울증 생겼나?" 눈치 볼 거고 이 사람이 약은 먹었나 안 먹었나 하루종일 신경 쓰일 거예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 그만해요.
고윤
다은샘이 자기를 스스로 그렇게 깎아서 얘기하는 거 그건 나한테 미안해해야 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왜 그렇게 나쁘게 얘기해요? 그럼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요?
수선생님은 다은의 모습에서 동생과 자신이 보여 마음이 많이 아픈가 봅니다.
수간호사
다은샘. 너 출근 안 하니?
다은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해요. 선생님
수간호사
오늘만 안 한 거니? 아니면 계속 안 할 거니?
다은
저는 이제 간호사 못 할 것 같아요.
수간호사
왜?
다은
저 아프잖아요. 제가 어떻게 계속 간호사를 해요.
수간호사
그래서 이제 환자 혈압 못 잴 거 같아? 링거 못 놓을 거 같니? 차팅 못할 거 같니? 바이탈 체크 못해? 아니면 인계를 못해?
다은
그런 게 아니라..
수간호사
그런 거 아니면 됐어. 출근해.
다은
아무도 안 반길 거예요. 제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는 거 알면 문제 생길 거고 그럼 다들 불편해할 거예요.
수간호사
네가 무슨 범죄자라도 되니? 정신병 그게 뭐? 우울증 걸린 게 뭐? 누군들 아프고 싶어서 아프니?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남 눈치를 봐야 하는 건데! 다른 사람들 너 비난할 권리 없어! 자꾸 쪼그라들지 마. 그럼 다들 그래도 되는 줄 알아!
다은
저도 안 그러고 싶어요. 근데, 자꾸만 쪼그라들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주기도 싫고 그냥 도망칠래요. 그럴래요 선생님
수간호사
너는 어떤데? 너는 어떠냐고! 다른 사람들 말고 너! 너는 네가 무섭니? 범죄자 같아?
다은
저는.. 제가 가여워요.
수간호사
그래서 이제 간호사 안 하고 싶어? 정말 때려치우고 싶어? 환자들도 이제 안 보고 싶어? 그러고 싶어?
다은
선생님, 저... 하고 싶어요.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선생님 저 간호사 할래요. 간호사 하게 해 주세요...
수간호사
그럼 간호사 해. 출근해. 다른 사람 기분 나쁠지 어떨지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해보자. 그러고 나서 욕을 먹어도 그때 먹고 문제 생기면 그때 해결하자. 내일부터 당당하게 출근해. 알았니?
다은이 다시 걸어갈 수 있는지 다음 편을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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