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슬픔
우울감과 슬픔은 다릅니다.
슬픈 감정은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울의 경우 좀 더 복합적입니다.
기분, 의욕, 사고 등 모두가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슬픔은 우울의 감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번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리뷰하면서 우울증 에피소드가 나왔고 그래서 제가 겪었던 우울증을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중간중간 피드에서 나르시시스트를 만나면서 굉장히 심한 우울증을 겪었었다고 살짝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사실 이야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공유함으로써 다른 분들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었어요.
누구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나약하다고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3.12.01 - [리뷰/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9회 "나는 아픈 간호사입니다"#드라마 리뷰#드라마 대사
주요 우울 장애 진단 기준
DSM-5 주요 우울 장애 진단 기준 9가지 중 5개 이상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해당되나 이는 자가 진단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야 합니다.
본인들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생각이 된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서 상담받아 보세요.
(1과 2는 둘 중 하나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둘 다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1.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이 주관적 보고 혹은 객관적으로 관찰
(주관적 : 슬픔, 공허함, 절망 / 객관적 : 눈물)
보통 자기감정을 모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실 수도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오늘 무슨 기분이 드세요?"라고 물으시면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데요?",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던 것 같습니다.
또는 짜증이나 화의 형태로도 표현이 된다고 합니다.
2.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의 뚜렷한 저하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그냥 누워만 있었습니다.
몸이 너무 무거워서 화장실가기도 힘들었어요.
몸이 납덩어리가 된 것 같았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게 힘들어서 밥도 못 먹었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싫어서 물도 안 마셨던 것 같아요.
주위에서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 있어도 하나도 재미가 없고 그때 당시 제 표정은 남편이 말하길 그냥 초점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불안했다고요.
지금 기억이 나는 거는 상담사 선생님이 몇 달 정도 지나서 저한테 말씀하셨어요.
"드디어 표정이 조금 변하시네요. 다행이에요."라고요.
그 정도로 전 그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3. 체중 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체중의 감소 또는 체중 증가 혹은 식욕 증가 또는 식욕 감소
보통 체중의 5%가 감소나 증가가 있을 경우 의미 있다고 본다고 합니다.
전 당시 한 달도 안 되어서 12kg이 빠졌어요.
운동도 안 했는데 그렇게 빠지더라고요.
안 먹어서 빠지다 보니까 정말 해골처럼 얼굴이 추하게 변했습니다.
4.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수면
불면의 경우도 여러 경우가 있고 과수면의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불면증의 종류는 잠이 드는 게 어려운 입면이 힘든 경우가 있고 중간에 깨는 불면증이 있고 일찍 깨는 불면증이 있다고 합니다.
입면이 힘든 경우는 보통 불안이 있는 경우와 관련이 있다고 해요.
중간에 깨거나 일찍 깨는 경우는 우울과 관련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 불면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수면제 처방을 받았는데 잠에 겨우 새벽 1시에 들어도 중간에 20~30분마다 계속 깨고
새벽 5시에 눈이 떠졌어요.
그래서 사람이 점점 굼떠지더라고요.
정말 괴로웠었어요.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
이 부분은 객관적으로 관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으로요.
정신운동 초조는 안절부절못하고 손가락이고 목소리 떨리는 등 텐션이 계속 올라가 있는 것을 말합니다.
정신운동 지연은 계속 가만있거나 말이 느려지고 말소리가 작아지고 특정 단어가 생각 안 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저는 굉장히 굼떴습니다.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한 단어 말하려고 하면 몇 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순간 멍 때리고 있는 기분? 근데 그 멍을 제가 깨고 싶은데 절대로 깰 수가 없어요.
답답해서 돌겠는데 행동은 안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제 자신이 더 한심했습니다.
그게 계속 반복이었어요.
6. 거의 매일 나타나는 피로나 활력 상실
저 정말 20대 때는 일 열심히 했거든요.
몸이 아파도 쉬지 않고 일했어요.
일하는 데서 제 가치를 찾는 워커홀릭이었죠.
솔직히 일 안 하는 사람들은 좀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제가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지를 못 했어요.
리모컨 하나를 못 들었고 연필 하나를 못 들어서 글씨를 못 썼어요.
핸드폰을 못 들어서 전화를 못 받았어요.
안 한 게 아니라 못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스스로에 자괴감이 너무 들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너지나 싶어서 움직이고 싶었는데 움직이려고 하면 할수록 늪에 빠지는 것 같았어요.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과거 잘못했던 일들을 계속 생각하고 자기의 잘못이라고 자책해서 무가치감을 느끼고 과도한 죄책감을 갖습니다.
제 경우를 돌이 겨보면 계속 부정적인 일들만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의사 선생님이나 상담 선생님이 저에게 항상 했던 말이 "그건 oo님 잘못이 아니에요", "지금은 그냥 쉬어도 돼요."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계속 예전에 잘못했던 일을 굳이 굳이 꺼내서 계속 생각합니다.
그러고 뭐든지 다 제 잘못이라고 자책했었어요.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 감소 또는 우유 부단
우울증이 있는 상태에서는 지능 검사를 하게 되면 점수가 많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죠.
이 역시도 공감합니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도 생각이 안 나고 실수가 너무 잦고 그래서 바보가 된 것 같아서 또 자책하고 이렇게 또 바퀴가 계속 굴러가더라고요.
9.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자살 사고 또는 자살 계획, 시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겠죠.
실제로 실행하는 자살 사고 말고 소극적인 자살 사고도 있습니다.
"차가 나를 치었으면 좋겠다",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 "이대로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이 소극적인 자살 사고라고 합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박보영 님이 자신의 자살사고에 대해서 기억을 못 하시죠.
저도 사실 공감 했습니다.
며칠 지나서 기억난 적이 사실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놀랐었습니다.
사람이 정말 힘들면 이렇게 되는구나.. 너무 많이 놀랐습니다.
입원도 권유받고 자살을 안 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썼었어요.
남편은 옆에서 계속 지지해 줬어요.
제가 부정적으로 길을 갈 때마다 아니라고 이쪽에 밝은 길도 있다고 고개를 한 번 돌려줬고요.
가족들의 지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우울증의 종류
1. 멜랑콜리아 우울증
거의 모든 행동에서 즐거움이 상실된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 어떠한 행동에도 기쁨을 느끼지 못합니다.
아침에 일찍 깨고 아침에 우울증이 특히 심해집니다.
심하게 공허해지고 낙담하며 절망합니다.
정신운동이 지연되거나 초조해지는데 그 예로 안절부절못하거나 말소리나 속도가 감소되고 움직임이 느려지며 자극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식욕이 굉장히 떨어지면서 체중이 많이 감소하고 내인성 우울증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심한 우울증에서 관찰이 되며 망상, 환청 등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우울증이 동반됩니다.
따라서 활동적인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나 이러한 노력으로는 우울증을 극복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이 우울증이 의사들이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우울증이라고 하네요.
본인이 로또에 당첨이 돼도 하나도 기쁘지 않을 정도로 그 정도의 기쁨이 상실된 정도라고 합니다.
잘 이해 안 가실 수 있겠지만 전 겪어봤기에 이해가 갑니다^^
2. 불안형 우울증
불안, 초조의 형태가 많다고 합니다.
3. 비정형 우울증
긍정적인 사건에는 기분이 같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과다수면의 증상이 보이고 체중과 식욕이 증가하고 납마비 또는 연마비라고 해서 온몸이 납처럼 무거운 것을 말합니다.
대인관계에서 거절에 대한 두려움, 무서움 때문에 타인의 의식해서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젊은 사람들한테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청소년 우울증을 많이 놓친다고 합니다.
친구들이랑은 잘 놀다가 우울해지기 때문에 보호자분들이 잘 놓친다고 합니다.
내면에 조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양극정 장애(조울증)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니 전문의와 깊은 상담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도와주는 방법은?
1. 병원 방문 독려
2. 하지 말아야 될 것을 지키기
3. 따뜻한 응원과 지지해 주기
"나도 겪었어!"의 식의 위로는 최악입니다.
상대방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오히려 더 죄책감만 더 크게 만들 뿐입니다.
사건은 잊히기 마련이라 괜찮을 수 있지만 우울증인 사람은 빨리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감과 이해받지 못한다는 답답함에 더 상황 악화됩니다.
아무것도 해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들어주세요.
아마 잘 표현 못할 겁니다.
자신의 기분을 인식이 잘 안 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무슨 기분인지 말도 잘 못합니다.
그냥 지지만 해주세요.
치료를 받겠다고 나선 것만으로도 정말 큰 용기를 낸 겁니다.
편견의 시선은 거둬주시고 이겨내도록 아무 말 없이 옆에만 있어주세요.
우울증 Q & A
Q. 우울증 완치가 가능할까?
A. 가능하기도 하지만 쉽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1년 안에 종결하시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오랫동안 받는 분들도 병원을 다니는 것이 안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합니다.
처음보다 더 좋아졌으니 관리한다고 생각하시는 거는 어떨까요?
간혹 완치되고 나서 재발될까 걱정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래요.
그래서 사실 많이 물어봤습니다.
그럼 한결같은 대답은 그렇습니다.
우울증 완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재발이 되어도 또 회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Q. 우울증 약을 먹으면 치매가 일찍 오거나 뇌에 영향을 주나요?
A. 오히려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이 치매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지만 우울증인 경우 단절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하루빨리 치료받아야 합니다.
우울증 약은 FDA에 승인받았고 청소년들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 합니다.
인스타 아이디 팔 호 광장님을 쓰시는 분께서 우울증을 마음의 골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감기보다 오래가고 치료를 안 받아도 되는 감기와는 달리 골절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골절은 누구나 넘어질 수 있는데 넘어진다고 다 부러지는 것은 아니죠.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 다른데 자책을 하거든요.
하지만 골절은 부러진다고 자책하지는 않잖아요.
큰 충격으로 한 번에 부러질 수도 있지만 작은 충격이 계속되면 피로 골절이 생깁니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더 잘 부러지고요.
심하게 부러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골절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니까요.
우울증이 사실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 것은 병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결코 작은 병이 아니에요.
혼자서 이겨낼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옆에서 도움이 필요해요.
이겨낼 수 있어요!!
돌이켜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남편이랑 한걸음 한걸음 조심히 잘 걸어 나가고 있습니다.
부디 숨기지 말고 힘내세요!
견뎌내고 난 지금 저는 더 단단해졌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와도 예전에 저는 이겨냈으니까 또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같이 이겨내 준 남편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위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살이 진짜 중요한 이유 (81) | 2024.02.05 |
---|---|
부모와 자식의 궁합 (107) | 2023.12.01 |
화(火) 다스리기 (43) | 2023.11.30 |
카톡 잠수 (56) | 2023.11.30 |
배신하는 사람의 특징 (96) | 2023.11.29 |